5.9조기대선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공약 중 하나는 바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 '좋음'은 단 여섯 번에 불과했다.
마스크는 어느새 생활용품이 됐고, 황사마스크, 미세먼지 마스크 등 용도도 다양해졌다. 특히 지난달 21일 서울의 공기 질이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나쁘다는 결과도 나왔다.
최근 3개월 동안 미세먼지 주의보는 86회 발령됐다.
지난해 48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다. 미세먼지에는 인체에 유해한 알루미늄·구리·납 등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한번 유입된 미세먼지는 잘 배출되지 않는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에 잘 걸러지지 않고 사람의 폐까지 곧바로 들어가 각종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요 대선후보들 역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들은 미세먼지 발생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약속했다. 나아가 친환경발전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 中 미세먼지, 정상회담 의제 될까? 사드로 경색된 외교 풀기 '난제' = 특히 미세먼지의 외부발생 주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요청하거나 공동으로 대책마련을 논의할 기구 설립도 제안했다.
아울러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경제협력개발 기구 수준으로 확대해야한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한-중 정상외교의 핵심 의제로 다룰 뜻을 밝혔다. 그는 집권 초 한-중 정상회담 시 주요 의제로 추진하고 동북아 6개국 환경협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 후보는 지난 8일 "중국에 할 말은 하는 환경 외교를 실시하겠다"면서 정상회담 차원에서 요구 한·중·일 공동기구 설립 등을 내세었다. 정의당 심 후보도 ▲동아시아 환경협력 사무국 설치 ▲한중 대기오염 공동연구 ▲한·중·일 미세먼지 기후변화 협약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주요원인국인 중국을 향해 책임을 묻거나 공동 해결책을 찾은 방법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배치로 인해 중국과의 외교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한중 핫라인 구축 등으로 대기오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양측 관계는 경색된 상태다. 게다가 미세먼지 실태조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규명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책임을 묻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 文, 임기 내 30% 감축-대통령 직속기구 설치 = 민주당 문 후보는 지난 13일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시리즈로 구체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문 후보는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감축량을 제시했다. 또 대통령 직속에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를 구성해 감축량을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후보의 미세먼지 대책 핵심은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사후 대책이 아닌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사전 대책이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것으로 지목되는 경유차를 중장기적으로 퇴출시키고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해선 노후 발전소는 조기 폐쇄하는 방향이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 ▲산업 및 생활환경 개선 등도 약속했다.
대도시의 미세먼지 발생 제1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차와 관련, 퇴출 중장기 로드맵은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 승용차 퇴출을 목표로 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 강화를 포함했다. 산업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공장시설의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총량을 규제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배출부과금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가동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발전기 10기에 대해서는 조기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력소비가 비수기(4, 5월)인 봄철에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노후 석탄화력발전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 安, 스모그프리타워 논란…沈 미세먼지 기후정의세 신설 = 국민의당 안 후보는 지난 8일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으로 규정하면서 ▲미세먼지 국가 재해재난 포함 ▲국가 대응 메뉴얼 마련·미세먼지 기준→국제기준 수준으로 강화 등을 2가지 제도적 보완사항으로 꼽았다.
당진 에코파워 석탄발전소의 신규 승인 취소와 11월부터 4월까지의 미세먼지 고농도시기에 가동률을 70퍼센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IoT 기반 지능형 미세먼지 측정예보 실시간 제공 ▲대형 공기청정기 스모그프리타워 시범 설치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스모그프리타워(공기정화 탑)가 논란에 휩싸였다.
높이 7미터 상당의 스모그프리타워는 이온화 작업을 통해 3만㎥ 거리의 공기를 그 외 지역대비 약 60%정도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중국 언론에서도 해당 기기는 '조형물'에 불과하고 스모그를 해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용량이 작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이징시의 미세먼지를 정화하려면 10만개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 후보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많은 산업 사업장과 발전소·경유차 등에 과세하는 '미세먼지 기후 정의세' 신설을 공약했다.
또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교통시설 특별회계로 80%가 넘어가 도로 건설, 유지, 관리에 사용되는데 이를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나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이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진일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문 후보의 정책이 대책들을 총망라하면서 구체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세 후보가 모두 공약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중단과 관련,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적잖다.
미착공 석탄화력 4기는 당진 에코파워 1·2호기, 포스코 삼척 1·2호기다. 두 발전소는 각각 2012년 12월,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취소를 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해 부지매입비나 기초공사 등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 환경운동연합 "구체적 정책, 진일보…실효성 높여야" = 환경운동연합 미세먼지특별위원회는 14일 논평을 통해 세 후보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구체성이 보완된 것은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면서 실행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대선후보들에게 미세먼지 7대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문 후보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합리적 공약의 틀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 후보가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 설치 등을 호평했다.
또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를 설치한 것과 관련, "정부부처 간 및 정부부처와 지자체간 정책을 조율하고 논의하겠다는 게 실효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미세먼지를 국가 재해재난에 포함시켜서 국가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은 고농도 오염 발생 시 사후관리와 피해구제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심 후보의 '미세먼지 기후 정의세' 신설과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미세먼지 저감정책 사용 공약에 대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데 세제개편을 통한 재원마련과 적극적인 교통수요관리정책이 두드러진다"고 호평했다.
다만 환경운동연합은 주요 후보들의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이지언 에너지활동가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전환 등에 집중한 것에 대해 "자동차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근본적으로 차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통수요관리 정책을 짜야 한다. 다른 주요 도시들은 차량을 줄이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으로 교통수단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대선후보별 미세먼지공약 평가
□ 근본대책은 자동차 줄이기, 대중교통-자전거 문화 확산 =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여서 현재의 미세먼지 오염 상황을 해결하려는 정책내용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전무하다. 장기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스모그프리타워(공기정화 탑) 시범설치 공약에 대해 "안 후보가 직접 열심히 설명은 했지만 그저 '예술작품'에 불과한 것이고 실효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활동가는 "세 후보들이 미세먼지 관리기준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기준을 근거로 할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감축량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구체적인 감축량을 제시하지 않은 후보는 안 후보와 심 후보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김신도 교수는 "중국 탓을 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추상적인 공약보다는 임기 내 미세먼지를 몇 % 줄이겠다는 식의 정책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세걸 사무처장도 "미세먼지 기준을 세계보건기구 수준 등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언제까지 몇%를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달성 방법은 요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사무처장은 "추진 단위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예산 계획도 반영해야 한다"면서 "배출원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이 화력발전소 언급은 하는데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 "교통수요관리대책 등 배기가스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