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 그리고 무역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화'라는 단어가 부쩍 쓰이기 시작했다. 구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이 무너지고 공산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 간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였다. 이후 전 세계는 이념의 차이가 무너지고 공교롭게 거의 동시에 피어나기 시작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국가 간의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소비문화 역시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1개의 경제권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바로 '세계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전 세계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화와 정보·통신·교통 등 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두 축이 존재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화
세계화를 확실하게 촉발시킨 것은 구 소련의 붕괴이고, 이를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킨 것은 중국의 개방이다. 이전에는 자유진영과 공산 진영으로 나뉘어 각자 먹고 사는 식이었다. 그런데 구 소련의 붕괴까지는 공산권의 소멸이라는 순전히 정치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민이 잘 살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다는 흑묘백묘론을 표방하며 시작한 중국의 개방은 양 진영간의 장벽의 붕괴는 본격적으로 경제적인 국면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제품이 처음 세계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그야말로 아주 놀라운 웃음거리였다. 우선 엄청나게 저렴한 제품의 가격에 놀라고, 그에 못지않게 조잡한 품질에 실소를 짓게 했다.

1993년에 파나마에 있던 나는 중국산 자전거를 단돈 1만원에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자전거를 만드는 쇠값과 파나마까지 운송하는 비용만 해도 1만원이 넘을 텐데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하지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때 내가 샀던 자전거가 정말 1만원이었나?' 하고 스스로의 기억에 대하여 의심을 품곤 한다.

그 때만해도 중국은 해외에 수출을 하면 정부에서 기업에게 인센티브로 수출보조금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제품에서는 손해가 나도 수출보조금으로 이익을 맞출 수 있었기에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아무튼 그 때부터 한국의 수출업체들은 일본이라는 앞서가는 경쟁자와 어마어마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덤벼드는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자본가들은 돈을 싸들고 중국으로, 중국으로 달려가서 공장을 차리고 수입할 물건을 사들이기 바빴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제품의 생산기지였던 한국은 중국으로 말미암아 순식간에 고임금·저기술제품을 만드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이제 바야흐로 세계는 자유와 자본주의의 기치아래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였다.

무역 장벽의 급진적 완화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세계의 절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새로운 시장의 돌연한 출연이었다. 소비시장은 통일되었고 생산기지 또한 전 세계 어디든 가장 비용이 낮은 곳을 선택할 수있게 되었다. 시장과 생산이 세계화되고, 이로 인해 세계 무역, 해외 직접 투자,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더 많은 해외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보통신의 발달
자유주의적 자본주의화가 시장과 생산의 세계화에 대한 바탕을 만들었다면, 기술의 혁신적 발전은 세계화를 현실로 만들었다. 세계는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처리, 커뮤니케이션, 운송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경험하였다.

전자화된 미디어의 발전은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문화를 경험하게 했다. 북극 끝에서 남극 끝까지 사람들은 위성tv를 통하여 할리우드의 영화를 보고, 중국에서 생산한 청바지를 입으며,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며 출근한다.

흔히 현대를 디지털시대라고 한다. 이 디지털시대를 가능하게 한 4가지 법칙이 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성능은 매 18개월마다 2배증가하는 반면 비용은 유지된다는 무어의 법칙 (Moore's Law), 광섬유를 이용한 통신 채널의 속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길더의 법칙(Gilder's Law),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지만 비용의 증가율은 일정하다는 메카프의 법칙(Metcalfe's Law), 그리고 거래비용의 감소에 따라 기업내 조직의 복잡성은 줄어들고 또한 기업 수도 줄어든다는 코어스의 법칙(Coase' Law)이 있다.

이 4가지 기술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을 통하여 누구든지 간에 24시간 시차없이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기억용량은 인류가 최초로 달에 보낸 우주선 아폴로 11호보다 훨씬 크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인터넷을 통하여 연결되었다. 인터넷은 구매자와 판매자들이 서로의 위치나 규모에 상관없이 서로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기업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에 자신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통신기술은 80년대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방식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운송기술의 발달
운송기술의 발달은 자동차의 전자화나 대형 항공기의 발달도 발달이지만, 실생활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래도 컨테이너선의 등장일 것이다. 컨테이너선의 등장은 운송의 개념과 사업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전에는 부두 노동자들이 등짐지고 배에서 하역하던 일들이 거대한 크레인이 배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전에 수백명이 며칠 걸려서 하던 일이 이제는 고작해야 하루 이틀이면 크레인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화물의 크기가 컨네이너라는 용기로 규격화함에 따라 운송 효율이 대단히 증가하고, 제품의 장거리 운송비용을 크게 낮추었다.

운송비의 하락은 거리상으로 떨어진 지역에서 나눠 생산하는 방식이 점점 더 높은 경제성을 갖게 되었다.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분산된 생산 및 물류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생산의 세계화로 이어졌다. 예를 들면 하나의 청바지를 만드는 데도 원면의 생산은 인도에서, 부속품은 베트남에서, 염색은 한국에서, 봉제는 중국에서, 최종 포장은 한국에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국경을 넘어선 무역과 투자의 규모가 매우 빠르게 늘어났다. 더불어 국가간의 경제가 하나의 글로벌 경제로 묶여지고 서로간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타국의 발전의 덕택으로 인근국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많은 나라들이 빈곤선을 벗어나고, 선진국에 근접하는 부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증가하는 국제 무역과 투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거나, 적어도 올라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데 성공하였다.

그 덕분에 세계화에 참여한 모든 국가들의 경제 성장, 소비자 복지의 향상,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것처럼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기업 일자리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선진국의 고질적 실업율 증가, 기계화로 인한 미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하락, 환경오염 등이 그 반대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