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대선 결과는 6.17%의 득표율로 5위를 차지했지만 진보정당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선 기간 동안 내세웠던 '두 자릿수' 득표율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그동안 진보정당 대권 도전사에서 5%도 넘지 못했던 역사를 되돌아보면 6.17%의 지지율은 진보정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간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진보정당은 통합의 대상이거나 출마해도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왔기에 이번 대선에서 심 대표의 활약은 향후 진보정당이 '수권'으로 가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가 1,2%(30만 6026표)라는 미미한 득표율을 보인 이래, 2002년 16대 대선에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3.9%(95만 7148표), 2007년 17대 대선에선 3.0%(71만 2121표)를 얻는데 그쳤다.
진보정치의 대부격인 권영길 전 대표가 뿌리내린 진보정당 대권 도전사는 이후, 2012년 18대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이어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진보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지지는 여전히 미미했다. 이에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당선을 저지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중도 포기선언을 하고 만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역시 박근혜-문재인 양강구도에서 문 후보에게 힘을 싣기 위해 중도 사퇴했다.
지난 1997년부터 도전한 것만 따지면 진보정당의 대권도전은 25년 동안 '맨 땅의 헤딩'이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헤 전 대통령이 파면, 구속되면서 민주-진보 진영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도 커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심 대표는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특유의 당당함으로 대선 완주 의사를 명확히 했다.
특히 심 대표는 대선 TV토론에서 논리적인 언변과 진보정당만의 비전을 내세우고 독자 노선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2~3% 정도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심 대표는 TV토론 이후, 크게 반등해 여론조사 공표금지 막판엔 두 자릿 수를 기록하는 조사도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정의당의 약진에 지지층이 겹치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위기감을 느끼고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괜찮지 않나"(우상호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집권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전병헌 전략본부장) 등의 발언을 해 '사표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심 대표는 자신에게 하는 투표는 사표가 아니라며 "홍준표 잡아서 적폐 청산하는 한 표, 문재인 견인해 개혁의 견인차 되는 한 표, 미래의 정치혁명을 이끄는 소중한 한 표, 이렇게 되면 1타 3표"라고 '1타 3표론'을 주장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다. 현행 선거법상 대선후보가 유효득표수의 10% 이상 얻을 경우 선거비용의 반액을 보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자리 수 득표율'은 진보정당으로서는 이젠 '사표'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로 인식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의당과 심 대표는 최대한 득표율을 올리는데 매진했다.
대선결과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자, 심 대표는 "기대가 높아 아쉬움이 있다"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했던 정의당의 자신감, 수권 정당으로서 도약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고 평가했다.
비록 득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로부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라며 정당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부에선 진보정당의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는 기대라고 판단해 고무적인 분위기다.
대선일인 지난 9일 오후 8시 출구조사 직후 이날 자정까지 4시간 동안 5000여 명이 정의당에 보낸 후원금액은 2억 원에 이르렀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국민들의 후원금은 그간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이 걸어온 길에 대한 애정이며,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진보의 새 길을 응원하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권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권영길 전 대표때와 비교를 하면 이번 대선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지난 25년간 미미한 득표율을 보이다가 이제 5%라는 유의미한 득표율을 보인 것도 새 희망"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