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출향민이 고향에 기부금을 내면 세부담을 덜어주는 '고향세(고향기부금제)' 도입 논의가 재점화된 모양새다.
고향세는 출향민의 출신지 뿐만 아니라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를 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인데, 수도권에 몰려 있는 세원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직간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빈약한 지방곳간을 채우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향세 도입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의 대선 공약이 나오면서다.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정치권은 18대와 19대 국회에서 고향세 신설을 논의했으나, '중앙정부와 수도권 지방정부의 세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막혀 10년 가까이 군불만 열심히 떼고 있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세금을 공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논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게 됐다.
23일 기획재정부 따르면 재정자립도(재정자주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한 금액에 대해 세금을 공재해주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향기부금제 신설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고향기부금제는 개인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10만원까지 전액 세금에서 공재해주는 것이 주요 골자. 연(年) 기부금액이 2000만원을 넘지 않은 선에서 10만원을 초과했을 때 16.5%를 세금(소득·지방세)에서 공제해준다.
가령 근로자 A씨가 출신 지자체에 100만원을 기부했을 때 약 74만원에 해당하는 금액만 부담하게 되는 셈.
고향세를 신설하려는 데는 지자체 간 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자립도는 53.7%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후루사토 납세(고향세)'를 시행해 지방재정을 채운 바 있다. 일본에서 고향세는 2008년 신설됐는데, 2014년 홋카이도 가미시호로 지역은 고향세로 10억엔(약 100억원)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세 도입을 위해 정치권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20% 이하인 지자체가 100만원 이하 고향기부금을 모집·접수할 수 있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자체에 기부금을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부터 소득세·지방세를 각각 15%, 10% 세액공제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조세형평성이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 '지역 간 심각한 세수 격차를 줄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여론과는 달리, '주민세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순히 지방세를 배분하는 수준으로 도시와 지방의 세수격차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국세와 지방세 간 세수 비율의 격차 줄이고, 지방소비세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강력한 지방재정 개혁 드라이브가 걸린 상황에서, 고향세 도입으로 중앙정부의 막대한 세수 감소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