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 위원회의 설치 운영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고, 청년고용할당제와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 등 공공 일자리 81만개로 '일자리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만들기 용 추가경정예산편성에도 즉각 나섰다.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과 성장전략은 'J노믹스'(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로 불린다. 과거 정부의 '747'이나 '474'같은 거창한 공약 대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성장경제'를 내세웠다.
낙수효과에 기대는 기업 주도 성장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해 일자리와 소득이 분수(噴水)처럼 뿜어 나오는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사령탑을 임명하면서 문 대통령은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의 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늘어 일자리가 다시 창출돼 경제가 성장하는 '선(善)순환'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창해온 '더불어 성장', '국민성장', '포용적 성장'도 같은 맥락이다.
표현이야 어떻든 그 핵심은 정부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늘려 보겠다는 것이다. 내용상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회복을 꾀하는 '케인스주의'와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결합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정부주도의 일자리 드라이브는 현재 시장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을 부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 만들기와 재정확대 외에도 정부가 주도해 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는 곳곳에 담겨 있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고, 청년들에게 구직 촉진 수당을 월 30만원씩 지급하며,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매년 13만호씩 확보해 주거비를 낮출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길은 일자리로 통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모든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에 맞춰지고 있다.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본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지명자는 “과거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과 동일시됐지만,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는 일자리창출과 동일시된다”고 말했다.
재벌에 대한 과다 집중 견제도 중소기업을 육성해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최저임금 인상,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문제, 자영업자 보호, 심지어 복지공약 조차 개인의 구매력을 높여 경제를 자극시킨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뭉뚱그려 포장이 된 셈이다.
'J노믹스'는 내용적으로 '분배를 통한 성장'임에도 '분배'란 말을 빼 이념공세를 차단하고, 소득주도 성장이란 이름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업주도 성장'과 차별성을 노렸다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일자리 증대와 복지 확대가 소비와 투자촉진을 통해 성장으로 이끈 성공 사례는 흔치않다. 단기적 효과가 고작일 뿐 '일자리→소득→소비→투자→일자리'라는 선순환이 현실로 실증된 단계는 아니다.
'J노믹스'의 성공과 관련해 시작단계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재원은 어디서' 나오며 '정부가 다 할 수 있느냐'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 확대를 위해 재정 증가율을 현재의 연평균 3.5%에서 2배인 연평균 7%로 높일 계획이다. 공약집에는 연평균 35조6000억 원이 든다고 했지만, 과소 계산했다는 지적도 끈질기다. 대통령은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 했지만 이 경우 감세 기조인 미국, 일본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기업경영 위축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마중물을 부어 물이 콸콸 쏟아지게 만들어야 하나 마중물만 계속 들이붓고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나라 빚만 늘려 국가신용을 떨어뜨릴 위험도 크다.
작년 우리의 재정 적자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2.4%였고, 국가채무 비율은 38%로 다소 여유가 있다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문재인 정부가) 재정 적자를 GDP의 3%, 국가채무를 GDP의 45% 이내로 관리할 것을 기대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의 유연성과 정규직 노조의 협조 없이는 풀기 어려운 과제다. 정규직 과보호를 축소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경쟁력도 높아진다.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시장임금을 올리고 소득을 나눠주는 방식만으로는 성장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연공급제를 허물어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정규직과 기득권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정부 고용은 자기능력으로 시장에서 취업경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본적으로 일자리는 시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러면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이 앞서야하고 이런 개혁의 고통을 분담 ․ 감내하자고 호소하고 설득해낼 수 있는 국가리더십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을 '시장의 적'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대기업은 홀로가 아니라 수많은 중소, 중견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직접고용은 적더라도 간접고용효과는 여전히 크고, 한 대기업이 잘못되면 수많은 기업과 종업원들이 타격을 받는다.
'재벌개혁 전도사' 투톱의 전면포진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이 예고되고 있지만 급진적인 재벌해체보다는 잘못된 재벌행태와 관행을 개혁하면서 경제동반자로 함께 보듬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일자리창출은 민간부문이 함께 따라갈 때 그 효과는 배가되고 지속가능하다. 일자리대통령은 경제 체질을 바꾸고 불공정과 불법, 탈법을 근절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로 개혁시켰을 때 성공할 수 있다.
개혁을 추구하면서도 균형과 통합은 저버리지 않아야한다. 적폐청산은 일자리창출의 마중물이 소득-소비-투자-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막는 인위적 제도적 각종 장애를 제거하는 일이다. 비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단축,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은 하나같이 사회적 대타협을 필요로 한다. 대통합의 리더십으로 '문재인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