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김동연 현 아주대 총장)가 정해진 가운데 경제팀의 일원으로 호흡을 맞출 새로운 국세청장 인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이지만 나라 살림을 운영할 '재원'을 거두고 탈세 차단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2만 국세청 조직의 수장으로 역할과 책임이 어느 장관급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국가정보원, 경찰청, 검찰청과 함께 국세청이 '4대 권력기관'으로 거론되는 것만 보아도 국세청이라는 조직이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장에 어떤 인물이 임명되느냐는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현재 국세청 안팎에서 이런 저런 '설'들이 나돌기는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설은 내부 발탁이다. 내부 출신 후보군은 고위공무원 가급(1급)인 김봉래 차장과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 심달훈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3명으로 압축되어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비고시들의 희망…'흙수저 김봉래'
김 차장을 대표하는 타이틀은 '비고시들의 희망'이다.
지난 2014년 8월, 쟁쟁한 행정고시 출신들을 모두 제치고 27년 만에 비고시 출신 국세청 차장으로 발탁되면서 국세청 안팎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일선 현장을 찾아다니며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가는 행보가 원만하고 부드러운 그의 성품과 어우러지면서 조직원들로부터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배정고) 졸업 후 어려운 형편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7급 공채 시험을 통해 공직에 입문한 흙수저 출신이다.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첨단세무조사분야인 '디지털포렌식세무조사'로 석사학위를, '세법해석 사전답변제도의 도입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
그의 근무경력은 다소 독특하다. 보통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 이상 본청 근무보다는 지방청 및 일선 세무서 근무경력이 더 많은데 김 차장은 그 반대다.
그의 이력서는 본청 근무 경력으로 거의 채워지다시피 되어 있고 국세청 법규과장(현 법령해석과장), 세원정보과장, 운영지원과장 등 핵심 요직을 섭렵하며 세법은 물론 세무조사, 인사행정까지 모두 경험해 본 몇 안되는 인적자원이다.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서울청 세원분석국장(현 성실납세지원국장)과 서울청 조사1국장을 역임했다.
김 차장은 직원들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업무처리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해 부하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장으로 발탁되기 전에는 국세청 내부에 자녀 결혼식 소식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혼사를 치루는 등 자기관리 또한 철저하다.
김 차장이 2만 국세공무원을 지휘하는 수장이 된다면 국세행정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운용하는 것은 물론 98%에 달하는 국세청 비고시 출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세무조사통 한승희', 임환수 바통 이어받나
한 청장은 말 그대로 '세무조사통'이다.
국세청 국제조사과장, 조사기획과장은 물론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조사라인 핵심 요직이란 요직은 모두 섭렵했다.
국세청 대표 '세무조사통'으로 꼽히는 임환수 국세청장의 바통을 이을 인물로 꼽히고 있다.
위험성이 높은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강직한 성품과 외압에 굴하지 않는 성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뚜렷한 공직관을 가지고 있어 자기관리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하다.
저돌적이면서도 섬세하고 신속한 업무처리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61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난 한 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에 합격, 국세청에 입문해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어 세무회계 실무에도 밝다는 평가.
온화한 성품의 국세행정 달인 '심달훈'
심 청장은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마인드, 행정고시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를 개의치 않고 하위직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업무능력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업무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부하직원들이 보고하기 편한 상사로 정평나 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끌고 가는 '뚝심'도 돋보인다는 평가.
1959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심 청장은 중대부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행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하는 바람에 행시 합격이 다소 늦어졌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지만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경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3년 동안 중국 세무협력관으로 일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국세청 징세과장과 기획재정담당관, 행시 출신들에게는 잘 허용되지 않던 감찰담당관(현 청렴세정담당관)까지 역임했다.
특히 중국 세무협력관 시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시간이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준 자양분으로 꼽는다.
고위공무원 승진 이후에는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중부청 조사3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및 징세법무국장으로 일했다.
그 또한 '청렴'이 몸에 밴 인물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국선도로 심신을 단련하는 등 자기관리에 있어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라는 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