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끊임없는 공세로 개회한지 45분 만에 정회되는 등 공전을 거듭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8일 오전 10시 청문회가 시작됐지만 제대로 질의조차 하지 못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 출석 여부 등으로 실랑이만 벌이다 결국 정회됐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과거 판결문 제출까지 요구하며 사상검증에 버금가는 공세를 펼쳤다. 또한 참고인으로 채택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불출석한 것을 비판하며 청문회 불가 방침까지 내세웠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 청문회가 개회한지 45분 만에 정회됐고, 결국 질의응답은 예정된 시각보다 1시간 30분 늦게 시작됐다.
□ 한국당 "후보자 태도 문제"…청문회 거부 =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의사발언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 전날부터 특정업무경비 내역, 업무추진비, 직책수행경비 사용내역 등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가 "제출이 가능한 자료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하자, 같은 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이 "자료 제출을 검토하겠다는 말로는 답변이 안 된다"며 "오늘 청문회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 뿐 아니라 증인 및 참고인 등이 불출석한 것과 관련해 문제제기하며 "청문회 중단"을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은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했는데 김 후보자는 '기억이 없다, 모른다'고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래서 헌재연구관에 근무 중인 참고인에게 출석을 요청했는데 한 명은 출석이 어렵다, 또 다른 한명은 개인사정으로 불출석한다고 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희들은 이 두 명의 참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하고, 출석할 때까지는 정회해주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은 "(두 명의 참고인은) 지금 출석한 참고인들과 함께 배석시키는 것으로 하고, 질의는 계속 진행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 속에서 야당이 원하는 참고인들의 출석을 독려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후보자의 의지만 있으면 출석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후보자의 태도가 문제다. 정회해서 출석 여부와 자료 등이 제출되고 나서 속개해 달라"고 항의했다.
또 이채익 의원은 "오늘 증인과 참고인들이 거의 다 불참했다. 조직적으로 회유하고 방해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백승주(경북 구미갑) 의원은 "김 후보자가 참고인들을 출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청문회 위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자신들의 항의에도 회의를 진행하려는 유기준 청문위원장(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위원장은 왜 회의를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의원은 참고인으로 채택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왜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참고인으로 채택됐는지 알고 싶다. 왜 증인 신청을 거부했는지, 진실이 두려운 건지 듣고 싶다”고 강변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은 "참고인을 출석시킬 수 있는 강제적 수단이 없고 참고인도 의무적으로 출석해야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김 후보자에게 (참고인을) 출석하라고 위원장에게 계속 압박을 넣고 있는데, (국민들이) 법적으로 의무가 없는 행위를 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 통진당 해산 등 소수의견, '소신' 거듭 밝혀 = 이틀째인 이날도 김 후보자의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기각' 소수의견이 집중 거론됐다. 김 후보자는 "이석기 일당이 당을 주도하는 것까지 미치지 못했다"며 당시 소수의견을 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을 주도한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주도한다든지,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좌지우지한다든지 당의 의사결정 기구를 완전히 장악하는 게 필요하다"며 소수 의견에 근거를 뒷받침했다.
김 후보자는 '이석기 일당 100여 명 정도가 소규모 집단인가'라는 질문에는 "그 정도면 정당 전체로 규정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의 기본 노선과 다른 말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당의 것으로 볼 수 없다, 다른 당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 일당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 후보자는 소수의견을 낸 것과 관련, '민주당과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자유한국당의 추궁에 거듭 부인했다.
백승주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소수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전날과 다름없이 압박했고, 김 후보자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백 의원이 "어떻게 단 0.5초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하느냐"고 꼬집자, 김 후보자는 "비교적 가까운 시기였고, 이 사건을 공들여 기록을 봤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011년 직사 살수가 문제가 돼 헌법 소원을 제기 했는데 그때 위헌이라고 나왔다면 백남기 어르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헌재는 반복 가능성이 없다는 만연한 태도로 각하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앞으로 기본권 침해가 재발되지 않게 노력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는 그 사건에서도 권한 판단을 해야 하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소수의견에서 지적했다"며 "반복 가능성이라고 했는데 얼마 안 돼 그런 결과 나온 것은 안타까웠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