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총재는 한 부총리를 "권위보다는 합리와 설득으로 이끌어가는 사람",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갖춘 인물" 등의 표현으로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한 부총리도 "한국은행을 존중해야 재경부가 인정받는다"면서 "박 총재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박 총재는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한 부총리가 합리와 설득으로 경제관료들을 리드하면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경제현안에 관한 회의에서 경제관료들도 이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서 "이치에 맞게 설득하는 스타일 때문에 한은도 일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정책금리차가 좁혀질 경우 자본의 해외유출 우려가 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 총재가 "해외투자를 장려해야 하는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변, 바로 전날 재경부가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위원회에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보고한 내용과 장단을 맞췄다.
박 총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해외투자 활성화 문제에 관해 한 부총리와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해 사전 충분한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간의 이러한 호흡은 지난해 콜금리 문제와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등 몇가지 이슈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한 재경부 당국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경기부양을 위한 콜금리 인하를 '주문'해왔으며 그 때마다 한은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면서 "콜금리 조정 문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되받았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지난달 15일 취임후 이틀간 업무보고를 받은 후 17일 첫 외부공식 행사로 증권거래소를 방문하고 박 총재와 상견례를 겸한 오찬회동을 가진 바 있다.
부총리가 첫 외부행사로 중앙은행 총재와 오찬회동을 가진 것은 재경부 입장에서 앞으로 통화금융정책과 외환정책에서 원만한 공조가 필요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다.
박 총재는 그러나 양측간의 '찰떡호흡'이 불러올 불필요한 오해를 의식한 듯 "재경부와 한은이 완전히 일체가 될 수는 없으며 서로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석을 달았다.
이와 관련, 한덕수 부총리는 이날 오후 재경부 기자실 오픈 다과회에서 "한국은행을 존중해야 재경부가 인정받는다"면서 "한국은행은 보유중인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조사.분석 기능을 확대함으로써 과거 조사부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총리는 "박 총재가 과거 한국은행 차장 시절에 재경부에서 '경제계획과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고 전하고 "당시에도 훌륭했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박 총재가 한국 기업들의 역차별에 대해 언급한 것과 관련,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두둔하고 "그러나 정부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