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은 실제 소유자와 다른 사람의 명의로 주식의 소유권을 등록하면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법은 증여한 날을 기준으로 여러 가지 증여세 과세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우선 증여세 과세표준은 증여한 날의 증여재산의 가액이다. 다음으로 증여세의 신고·납부기한도 증여한 날을 기준으로 정하게 된다. 또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을 때 과세당국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기한도 이 날을 기준으로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주식의 명의신탁과 같이 실제 증여가 아닌데도 세법상 증여로 보는 경우, 증여한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먼저 정해져야 증여세와 관련한 과세문제를 정리할 수 있다.
세법은 주주명부가 작성되어 있는 경우 주주명부에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증여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주주명부의 '명의개서일'을 증여일로 의제한다.
반면, 주주명부가 작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법인이 매년 법인세 신고시 제출하는 주주의 변동상황을 기재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증여한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최근 주주명부가 작성되지 않아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으로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이 제출되면 그때 비로소 주식 등의 변동상황이 회사를 비롯한 외부에 명백하게 공표되어 명의신탁으로 인한 증여의제 여부가 판정될 수 있는 것이므로, 그와 같이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주식의 변동사실이 외부에 분명하게 표시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위 명세서 등의 제출일을 증여세 목적에 따른 증여의제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을 관할 세무서에 제출한 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명의신탁은 원래 실제 소유자와 '외부에 표시되는' 공부상의 명의자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회사는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된 자를 주주로 보아 법률관계를 정리하므로, 주식을 취득한 자가 회사에게 자신이 주주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주주명부상 주주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하여야 한다.
따라서 주주명부에는 주식의 소유권 변동을 회사가 확인한 날짜가 기재된다.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주주명부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회사의 규모가 작고 주주 숫자가 적어 주주명부를 특별히 작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법은 이 경우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으로 명의신탁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는 주식을 발행한 법인이 법인세 신고시 과세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로, 주식의 변동내용이 기재된 서류이다.
그런데 이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주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도 회사에게 주주임을 주장할 수는 없다. 또한 회사가 주식의 소유권 변동일을 확인하여 그 확인한 날짜를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기재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주식의 권리변동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날에 실제 소유자 아닌 자의 명의가 외부에 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이 제출된 때에 처음으로 실제 소유자 아닌 자가 주식의 명의자로 회사를 비롯한 외부에 명백하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의 제출일을 증여의제일로 본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그 동안 과세관청은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기재된 양도일자, 양도소득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양도일 등을 증여의제일로 보았다. 이 판결은 이러한 실무관행과 달리 증여의제일을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의 제출일로 분명하게 정리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에 명의신탁 주식에 대해 이루어진 증여세 부과처분의 증여세 과세표준, 납부불성실 가산세 및 부과제척기간의 기산일이 모두 달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기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두32395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