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은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중복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없다. 즉 세법은 재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재조사를 금지하게 되면 타당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세법은 재조사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를 정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최근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란 '하나의 원인으로 인하여 2개 이상의 사업연도에 걸쳐 세금의 오류 또는 누락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완결적인 하나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같은 잘못이 2개 이상의 사업연도에 걸쳐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여기에 해당하면 재조사가 허용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하나의 행위가 그 자체로 완결적이지 않더라도 세금 산정을 잘못하는 원인이 되는 원칙이 되고, 나중에 2개 이상의 사업연도에 걸쳐 그 내용이 구체화되는 후속조치가 이루어진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원칙을 정하는 하나의 행위가 있고 그 원칙이 나중에 구체화 된 경우가 문제되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2005년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면 이사이자 주주인 B에게 매년 백화점 및 호텔 임대수입의 10% 이내에서 상여금을 지급하되, 그 지급시기와 금액은 매년 이사회에서 정한다”라는 이사회 결의를 하였다. 그리고 회사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자 매년 B에게 위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금액을 정하여 상여금을 지급하였다.
한편 과세관청은 회사를 세무조사하였으나 위 상여금은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다시 회사를 세무조사하면서 위 상여금을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나중의 세무조사에서 과세당국은 상여금을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종전에 이미 조사를 받은 과세연도에도 이를 적용하여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회사가 B에게 지급할 상여금의 기준은 2005년 이사회결의에서 정해졌다. 그 후 이 결의에 따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여 상여금을 지급하였다. 대법원은 2005년 이사회결의와 그 후에 구체적인 상여금 액수를 정한 후속절차가 함께 상여금의 지급원인이 되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2006년, 2007년의 재조사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세법에서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고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재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함으로써 행정편의에 기울어진 조사를 지양하고 궁극적으로는 조사기법의 선진화도 도모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취지에 따라 그 동안 다수의 판결에서 금지되는 중복세무조사의 범위를 넓히는 해석을 해왔다. 그러한 흐름에 비추어 보면 이번 판결의 결론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2005년 이사회결의만으로 B에게 매년 지급될 상여금의 구체적인 액수나 그 지급여부가 전혀 결정되지 않는다. 매년 개별적인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결정된 상여금을 두고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아마도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의 조세회피 의도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인 것은 대법원이 '같은 종류의 잘못이 여러 사업연도에 단순히 되풀이되는 때'에는 재조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보면 대법원은 단순히 같은 종류의 잘못인지 아니면 원인이 되는 하나의 행위가 있는지를 허용되는 재조사의 기준으로 제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결론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판결은 이처럼 재조사가 허용되는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에 대한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4두656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