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이라며…생맥주 배달은 OK? = 한 배달앱의 치킨 주문화면. 배달앱들은 성인인증을 해야 주류를 배달해주거나 주류 옆에 '19금' 표시를 해 청소년들이 주류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이 다분하다. 이에 더해 현행법상 병으로 된 주류 외에 생맥주를 병에 소분해 배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전화나 배달앱으로 주류를 배달시킬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 보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하면서부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개정 당시 이미 일반화 된 '치맥(치킨+맥주)' 배달과 야구장 '맥주보이'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라는 여론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식 고시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곳곳에서 청소년의 주류 접근이 더욱 쉬워진다는 우려로 고시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했지만 이미 태산처럼 높아진 여론의 압력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주류배달이 허용된 지 1년이 지난 2017년 7월 현재, 청소년들이 배달이 주로 전화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주류를 '주'로 시키고 음식은 '부'로 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6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만56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6%가 배달음식 주문을 통해 술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벨루가라는 업체는 전국에 있는 수제맥주를 땅콩과 같은 간단한 안주와 함께 배달해준다며 '홈술족'을 타게팅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국세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류의 통신판매는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전통주에만 허용되고 다른 주류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현재 배달음식에 주류도 허용한 것은 '치킨 한 마리와 같이 먹을 정도의 맥주 한 두병'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지난해 개정한 고시에는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음식과 함께 주문받은 주류의 배달을 허용'이라고만 나와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땅콩과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도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는 시비거리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에 국세청은 부랴부랴 지난달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하여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것만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고시를 뜯어 고쳤다.
주류가 '부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수적'이란 말도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국세청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치킨 한 마리에 맥주 10병을 시키거나 자장면 한 그릇에 고량주 10병을 시키는 것은 사회통념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국세청의 고시개정에 벨루가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수제맥주와 같이 배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사업을 접고 말았다.
주류규제 핵심 '청소년 보호'…대책은 사실상 전무
주류규제 핵심은 유통질서 확립과 청소년 보호다. 주세를 비롯해 각종 세금이 붙는 주류의 유통질서가 문란해지면 당장 세수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국세청은 병뚜껑 개수로 주류 유통과 판매를 감시하며 세원을 관리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도 중요하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문제는 국세청이 주류 유통에 대한 관리를 하면서도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단속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탈세만 하지 않는다면 국세청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계도할 근거도 단속할 권한도 없다는 얘기다.
청소년 보호 주무부처인 여가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체들을 계도할 수 있긴 하지만 단속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고시 개정 당시 음식배달 앱 관계자들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청소년에 대한 주류배달을 막기 위한 지침을 내려보냈고 지침에 따라 현재 배달앱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주류를 배달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놨다.
현재 여가부에서는 고시 개정 1년이 지난 지금 부작용 등을 점검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1년 전 고시가 개정 될 때 배달업계에 이미 조치한 부분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주류를 배달한 사람도 처벌하고 판매한 음식점 업주도 처벌한다"며 "그보다 더 강력한 제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은 지자체와 경찰이 할 부분이다. 국세청이나 관세청이면 몰라도 중앙부처에서 직접 단속하지는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단속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시달하고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지난해 고시 개정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채 '규제개혁'이라는 여론에 떠밀려 이루어진 섣부른 조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청소년들이 작정하고 주류를 배달 시키려면 할 수 있다. 전화나 앱으로 배달시키는데 그것을 어떻게 다 확인할 수 있겠냐"라며 "어른들 편하자고 주류배달을 허용시켰지만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 보호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