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각 구성에 이어 정부조직법,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등을 놓고 공방을 거듭했던 여야가 이제는 '증세론'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촉발된 '부자증세'에 대해 "국민적 신뢰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펼치면서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세제 개편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현실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공조를 뚜렷히 하고 있어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넘어와도 처리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세율 조정은 국회 입법사항인 만큼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에 대해 과세표준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늘리자고 했고, 또 연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의 소득세는 현행 40%에서 42%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우원식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있다면 솔직하게 밝히고 그 필요성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과 절차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증세론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 공감하고 정리해 가고 있는 중"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줄어든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정상화 시키는 논의를 이제는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 3당은 증세론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증세론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다만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지난 대선 당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지나친 공세는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증세론에 대해 "무리한 공약을 위해 세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증세 카드를 내밀었다"며 "경제 성장은 없고 예산 지출만 가득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과 관련해 여당이 총대를 매는 모습이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아르헨티나나 칠레, 베네수엘라 등에서 공무원 증원과 무차별 복지를 통해 포퓰리즘 정책을 구사하다가 나라 경제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정부와 여당이 '부자증세'를 공론화한 것에 대해 "정부가 재원에 대한 계획 세워놓지 않고 있다가 느닷없이 증세를 들고 나왔다"며 "준비된 정부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발표를 겨냥하며 박근혜의 '증세없는 복지'를 답습했다고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비과세 감면축소 등 세출 절감 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했던 대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면밀한 비용계산과 재원대책을 촉구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선 인기영합적 대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야당과의 진정한 협의가 국정과제를 실현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복지 비용이 늘어나 증세를 해야 한다"면서도 "소득세 인상에는 찬성하나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