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45차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출입구에서 '세월호 리본'을 단 70대 노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열린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70대의 노인(여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욕설을 듣고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노인 방청객의 가방과 휴대폰에 매달린 '세월호 리본'이 발단이었다.
오전 재판이 끝나고 나오면서 '세월호 리본'을 발견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 방청객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법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그 노인 방청객의 말다툼에 이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무리가 가세하면서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방청객을 밀쳐 계단으로 굴러떨어질 뻔 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10여분 이상 이어지던 소동은 법원 보안요원의 제지와 일부 시민들의 만류로 일단락 됐지만,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노인 방청객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피해를 입은 백모씨(74)는 "재판 휴정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던 중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수십 명이 갑자기 욕설을 퍼붓고 몸을 밀치기 시작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백모씨는 "그냥 지나가고 있었는데 법정 출입구 앞에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세월호를 그만 우려먹으라'며 욕설을 내뱉었다"면서 "'곱게 늙어라'는 등 인신공격을 해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 명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욕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것이 상식 밖"이라며 "이러는 동안에도 법원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채증에만 몰두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세월호 리본을 단 이유에 대해서는 "평범한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세월호 사건이 잊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휴대폰에 매달고 다녔다"며 "이로 인해 이처럼 봉변을 당할지 상상도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인 백모씨를 포함해 함께 온 시민들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 및 과천시의 철거민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삼성물산이 재개발을 위해 해당 지역을 강제철거해서 이 부회장 및 삼성 임원에게 의견을 표출하려고 재판장에 왔다고 말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녹번1-2지구 대책위원장이라고 밝힌 백모씨는 "적법한 절차 없이 철거를 당하고 삼성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지도 못해 변변한 거주지도 없이 텐트에서 거주 중"이라면서 "삼성 측에 의사표시를 하러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백모씨는 "우리는 60대 이상 노인들로 삼성 측에 단지 '저희 신경 좀 써주세요'라고 조금이나마 억울한 사정을 말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은 잘 알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백모씨는 오후에도 있을지 모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위협을 우려해 오전 재판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법원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