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상반기 비정유 영업익 1조 돌파

     

화학·윤활유 부문 비중 70%…유가 하락 충격 완화
김준 사장 "체질 개선 계획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국제유가 하락이란 암초를 만나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비정유 사업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자 관련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추진했던 비정유 부문 사업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의 절반 수준까지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0조 5610억원, 영업이익 4212억원, 당기순이익 2921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만 2.7%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2.4%, 53.3%씩 감소했다. 전분기에 비교했을 때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7.3%, 58.1%, 66%씩 줄었다.

2분기 실적 부진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바이유 기준 1분기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했던 유가가 지난 6월 46.5달러까지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의 하락 폭이 커 정제마진이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사업인 정유부문에서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정기보수 등 대내외 변수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석유사업의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서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1~2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 유가가 떨어지면 도입가와 판매가에 차액이 생겨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비정유 부문인 화학·윤활유 사업이 실적 부진의 충격을 완화시켰다. 석유 사업은 매출액 7조 3879억원을 기록해 70%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3%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화학은 영업이익 3337억원, 윤활유는 1202억원, 석유개발사업은 352억원으로 2분기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반기 누계 실적은 매출 21조 9481억원, 영업이익 1조 4255억원, 순이익 1조 1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조 2286억원의 44.2% 수준이다. 이 가운데 화학·윤활유 사업이 영업이익 1조 36억원으로 상반기 70.4%의 비중을 차지하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

SK이노베이션측은 "화학·윤활유 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석유 사업의 부진을 상당부분 상쇄해냈다"며 "예전과 비교해 본다면 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하반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유 사업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고 하반기 유가 전망도 안정적이라 석유 사업 실적 개선까지 더해진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난달까지 떨어졌으나 이달 들어 소폭 상승 혹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저유가 효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신흥국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양호하게 유지되고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정유 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낼 것"이라며 "지난 2월 인수를 발표한 다우케미칼 아틸렌아크릴산(EAA)의 수익도 본격적으로 창출되면 화학이 비정유 부문 수익 창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14년 배럴당 100달러에서 절반수준까지 떨어진 유가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화학·윤활유·배터리 중심 사업구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반기 실적은 양호하다고 볼 수 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체질 개선을 왜 해야하는지 확인하게 된다"며 "알래스카에서 약육강식·적자생존의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겨가기 위해서 사업·수익구조 혁신에 대한 '딥체인지'를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