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납세자의 요청으로 세무조사가 잠시 중단된 경우, 이 기간 동안 과세당국이 납세자에게 장부 등 추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납세자가 '장부를 돌려달라'고 요청했을 경우 14일 이내에 무조건 반환해야 한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개정안(정부안)'을 통과시키자는데 잠정합의했다.
현재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자료 제출을 지연하는 등의 사유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땐 세무조사를 중지 요청을 할 수 있다. 그 기간은 세무조사 기간이나 연장기간을 계산할 때 넣지 않는다.
문제는 과세당국이 조사 중지가 조사기간 연장보다 그 승인 절차가 쉽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과세당국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를 중지한 상태에서 자료 등의 제출을 요구하고 검토하는 방식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편법적으로 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개정안에 따라 세무조사 중지기간 중 장부 등 제출 요구가 엄격히 금지된다. 조세소위원들은 과세관청의 편법적인 세무조사 기간 연장 수단으로 세무조사 중지 제도가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무조사 때 장부 등을 일시 보관할 수 있는 요건도 더욱 까다로워진다. 조세소위는 납세협력의무 불이행이나 탈루·오류 혐의를 인정할 자료가 있을 경우에만 납세자가 임의 제출한 장부 등에 한해 납세자 동의를 얻어 '예치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통과시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예치조사는 장부 등을 일시적으로 조사관서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세무조사다.
그런데 예치조사에 대해선 대상 선정과 관련한 별도의 기준이 없었다.
이로 인해 과세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자료 제출을 거부했을 때 '고의적인 탈세시도'로 비춰져 추후 불복 등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납세자들은 거부할 엄두도 못낸 던 것이 현실이었다.
개정안에 따라 납세자가 장부 등의 반환을 요청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14일 이내에 장부 등을 돌려줘야 한다.
납세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세금을 돌려줄 때의 방식도 바뀐다.
현재 국세환급금이 발생했을 때 납세자들의 체납된 국세로 충당하고, 이후 남은 잔액은 국세환급금 결정 30일 이내에 납세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환급 방식으로 납세자들의 수령하지 못한 환급금이 부당하게 국고로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잔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납세자들의 무관심으로 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이에 '10만원 이하 미수령 환급금'의 지급결정을 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환급되지 않을 경우 향후 납부해야 할 국세에서 자동으로 차감되는 방식으로 바꾸는 개정안(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안)이 제출됐다.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환급금을 찾아가지 않은 기간을 두고 "행정절차 상 짧다"는 이견이 제기되면서 '1년'으로 늘리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