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건전성 높지만 자본활용도 낮다는 지적도 나와
대신증권 자본건전성, 10대 증권사 중 상대적 취약 평가
10대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이 가장 높았으며 대신증권은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각 증권사의 연결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규모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3분기말 현재 순자본비율(NCR)은 평균 1262.2%로 집계됐다. 이들 증권사들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보다 건전성이 다소 개선됐다.
이 가운데 NCR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대우(2602.5%)이었다. 그 다음으로 NH투자증권(1852.1%), 한국투자증권(1603.9%), KB증권(1544.1%), 삼성증권(1397.6%), 메리치종금증권(1107.0%) 순으로 1000% 이상의 높은 순자본비율을 나타냈다.
순자본비율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체로 순자본비율 500%를 넘기면 자본건전성이 확실히 확보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기자본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순자본비율이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NCR 산정방식이 영업용순자본이 클수록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NCR 비율은 전년 대비 211%p 상승한 2602.5%를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NCR 비율이 2000% 초과하며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6조6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대우는 영업용 순자본만 5조8141억원 달해 다른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특히 이 회사는 증감율 면에서도 NH투자증권(510.3%p), 메리츠종금증권(416.8%p)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이 넘는 다른 초대형 IB들도 NCR 비율이 1000% 이상이었다.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초대형 투자은행을 위한 자본확충에 나선 결과,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들이 모두 1000% 이상의 NCR 비율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보다 NCR이 510.3%p 증가한 올해 3분기 1852.1%를 기록했다. 3분기까지 총 위험액은 약 1조51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210억원 증가한데 비해 영업용순자본은 약 8964억원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특히 NH투자증권는 10대 증권사 중 전년도에 비해 건전성이 가장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NCR 계산 방식으로 인해 순자본비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도 같은 기간 NCR이 각각 1.3%p, 72.4%p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용순자본은 올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말에 비해 3377억원 증가했으며 총위험액 역시 3360억원 증가해 순자본비율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KB증권의 경우 자산 37조 5396억원, 부채 33조 3072억원, 자기자본 4조2324억원을 나타내 자본적정성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다. KB증권은 3분기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늘어난 누적 기준 13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같은 기간 NCR이 203.6%p 떨어지며 1397.6%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3분기 총 위험액이 총 1조2747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5772억원 증가한데 비해 영업용순자본은 315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올해 NCR 상승폭은 가파른 편이었다. 3분기말 메리츠증권의 NCR은 1107.0%를 나타내며 전년 대비 416.8%p 상승했다. 올해 3분기 총 위험액이 전년말 대비 2231억원 증가한 반면 영업용순자본은 전년말 1조2523억원에서 2조365억원으로 8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메리츠증권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향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레버리지비율 개선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전년말 대비 순자본비율이 상승한 반면,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은 떨어졌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의 경우 NCR 500~800%대의 탄탄한 건전성을 나타냈다. 3분기말 기준 신한금융투자는 867.5%의 NCR을 기록했고, 하나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은 각각 786.5%, 505.3%의 양호한 NCR 비율을 선보였다.
다만 대신증권의 경우 10대 증권사중 유일하게 자본건전성 확보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회사는 NCR이 전년말 대비 68.5%p 떨어진 355.4%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총 위험액이 2475억원으로 전년말 2087억원 대비 388억원 증가한데 비해 영업용순자본은 오히려 531억원 줄어든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금감원으로부터 임원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순자본비율 과대보고 건으로 주의제재를 받은 바 있다.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1000%를 초과하는 순자본비율을 확보한 것을 두고 이를 마냥 반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확보한 자기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사들을 중심으로 1000% 이상의 NCR을 보인 것은 쌓아놓은 자본금을 그만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자본을 적절한 투자로 이어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분간 증권사간의 NCR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NCR 기준이 자기자본을 추가로 늘리기 쉬운 대형사에 유리한 구조인 것은 문제"라며 "중소형사들은 건전성 지표 상승을 위해 무조건적인 자기자본 확충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증권사간 NCR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