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개정되어 앞으로는 부담없이 원하는 때에 학자금을 갚을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은 지난 13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소득이 발생한 해에 소액이라도 자발적으로 상환하는 등 채무자 여건에 맞는 상환 방법과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원리금은 소득이 생기면 소득에 연계해 상환하는 제도로 상환 방식은 한국장학재단에 수시로 납부하는 자발적 상환과 소득 수준에 따라 국세청이 통지·고지해 납부하는 의무적 상환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상환 대상자들은 국세청이 고지해 납부하는 의무상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취업을 한 뒤 소득이 발생하면 국세청이 연말정산이나 소득세 신고가 끝난 전년도 소득을 파악해 의무상환액을 부과하는 것으로 고용주인 회사가 월급에서 의무상환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학자금 의무상환자인 근로자 때문에 일을 두 번 한다고 생각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회사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이런 여론을 받아들여 1년분의 의무상환액을 일시에 납부하게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방식도 사회초년생인 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환방식으로 꾸준한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 시행되는 개정안은 근로 및 사업소득에 대한 의무상환액 계산방식을 개정해 올해 의무상환액 통지·고지분부터 자발적 상환액도 의무상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연봉 3000만원으로 취업한 A씨가 내년에 약 160만원 정도의 학자금 상환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면 기존에는 매월 월급에서 상환액을 공제하거나 160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올해 100만원을 미리 납부하고 내년에 나머지 60만원을 납부하는 선납 방식을 택해도 된다.
A씨는 올해 미리 납부하는 100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해도 되며 아니면 월급에서 매월 공제하는 방식을 택해도 된다.
본인의 자금사정에 맞는 상환 방법 및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실직이나 폐업으로 인해 소득이 없는 의무상환자에 대해선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대학생만 의무상환 유예 대상이었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로 실직자나 퇴직자, 폐업자, 육아휴직자 등 경제적으로 곤란한 자도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상환 유예기간 및 경제적 곤란에 대한 판단기준 등 마련해 6개월 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명규 국세청 학자금상환과장은 "의무상환액이 통지·고지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상환함으로써 대출금의 조기상환을 유도해 채무자의 이자부담을 감소시키고 자발적으로 상환한 만큼 원천공제 대상 채무자도 줄어들어 고용주의 의무상환액 원천공제 신고·납부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채무자들의 의무상환액 미납으로 인한 연체금 부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