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써 '국세청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지난 3월5일~21일 기간 동안 정치인(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 학자, 세무대리인(회계사·세무사), 법조인, 일반 회사원 등 290명을 대상으로 국세청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세청법 제정에 찬성한 213명(74%)은 '국세청이 투명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응답자 A(공무원)는 "국세청법은 국세청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최소한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답했으며 응답자 B(학자)는 "(국세청의)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C(회사원)는 "국세청은 검찰과 더불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다. 이러한 권력기관들이 올바르게 운영되어야 진정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가 된다"고 말했으며 응답자 D(법조인)는 "국세행정의 정치중립성 보장과 행정의 효율성,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세청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세무공무원은 국민 소득 등 재산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국세청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일부 응답자들은 "(국세청에)안 당해 본 사람들은 모른다. 아직도 저녁마다 접대가 끊어지지 않는 곳이 국세청"이라거나 "국세청법을 제정해도 내부에서는 또 비리가 생기겠지만 지금보다는 투명해지길 바란다"는 격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온갖 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돈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국세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국세청법(국세공무원 특정직화 및 처우 개선)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응답자 E(공무원)는 "국세공무원 처우개선과 세무조사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국세청법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응답자 F(세무대리인)는 "특수직렬이기 때문에 법 제정을 통한 독립성이 요구된다. 국세청도 검찰청이나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에 비해 중요성과 특수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G(정치인)는 "업무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처럼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응답자 H(공무원)는 "국세청의 인사적체 등을 감안하면 타 직렬 공무원 대비 불이익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세무조사 진행 절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I(세무대리인)는 "납세자 입장에서 국세공무원의 강압적이고 임의적인 세무조사 가능성은 상시 존재하는 불안이기 때문에 법에 정해진 구체적 절차 및 판단에 따라서만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을 하도록 제한하거나 감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응답자 J(회사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효율적 세무조사로 인해 해당 기업의 내·외부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많이 접해 왔다. 그릇된 정치권력에서 출발한 이런 세무조사가 기업과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법에 퇴직자들의 전관예우나 퇴직 후 유관기관 취업제한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국세청장직을 수행한 이후 다른 임명직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국세청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면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응답자 중 국세청법 제정 보다는 국세청 내부의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조직운영에 대한 개선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응답자 K(학자)는 "공정한 인사가 투명한 국세청을 만든다"고 밝혔으며 응답자 L(세무대리인)도 "국세청 운영 관련 정보의 공개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들도 "현행 제도 하에서 법령을 준수해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국세공무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세청을 관리 감독할 독립적인 감사기관이 필요하다거나 법무부처럼 기획재정부에 '국세공무원위원회'를 설치해 서기관급(4급) 이상 인사 및 예산권을 부여, 기재부가 실질적인 상위기관으로서 국세청 운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