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금융거래
1. 금융실명거래
가. 금융실명거래의 의의
“금융실명제란 무엇인가요?”
“금융실명제는 금융회사등(금융기관)이 거래자의 실명(실지명의)에 의하여 거래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경제개발을 위한 산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1961년 ｢예금·적금 등의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비실명 금융거래의 비밀을 보장하다가 금융거래의 정상화 및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하여 1982년 12월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실명거래 시기는 1986년 이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으나 이를 정하지 못하여 실행되지 못하였다. 1988년에 이르러 1991년부터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하였으나 경제여건 악화를 이유로 1990년 4월 금융실명제 실시가 다시 유보되었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금융실명거래를 통한 금융거래질서의 정상화,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및 부정부패 방지를 위하여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었다. 금융실명제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이라는 이름의 '긴급명령'으로 1993년 8월 12일 전격 시행되었다가 1997년 12월 31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의 일반 법률로 재탄생하였다.
금융실명제의 시행으로 실명거래 분위기가 확산되어 1995년 7월 1일 부동산실명제가 뒤따라 실시되었다. 또한, 금융실명제를 기반으로 1996년 1월 1일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되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과세하는 제도이다. 비실명예금의 경우 예금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 소득도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금융실명제 이전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실시될 수 없었으나 금융실명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자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도입된 것이다.
나. 금융실명거래의 내용
(1) 금융실명거래의 적용대상
금융회사등이 금융자산을 수입·매매·환매·중개·할인·발행·상환·환급·수탁·등록·교환하거나 그 이자·할인액 또는 배당을 지급하는 것과 이를 대행하는 것이 금융실명거래의 대상이다. 즉 금융회사등의 수신·신탁·채권 및 자본거래 등이 그 주된 대상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등이 아닌 법인이나 개인간의 금융거래는 금융실명법에 의한 실명거래 대상이 아니다.
대출·보증 등 여신과 관련된 거래는 금융실명거래 대상이 아니므로 이러한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등에 실명거래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여신과 관련된 거래의 경우 자금회수를 위하여 금융회사등이 스스로 실명거래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명거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2) 금융실명거래의 주체 및 처벌
금융실명거래의 주체는 금융회사등이다. 금융실명법은 금융회사등이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실명거래를 위반한 경우 과거에는 금융회사등의 종사자만 행정처분 대상이었으나 2014년 11월 29일부터는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자와 이러한 금융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한 금융회사등에 종사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3) 금융실명거래의 대상자
금융실명거래의 대상자는 금융회사등과 금융거래를 하는 자이다. 금융실명거래의 대상인 거래자는 자금의 실소유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금의 실소유자 여부는 소득원 및 금융거래의 앞단계 거래에 대한 확인 등을 거쳐야 파악되기 때문에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고 일일이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 금융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금융실명거래는 거래자라는 형식적인 요건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로 마련되었다.
(4) 금융실명거래의 방법
금융실명거래는 금융회사등이 금융거래시 거래자의 실지명의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실지명의의 확인이란 금융회사등이 금융거래자와의 대면거래에 의하여 실명확인증표 원본을 보고 그 실명확인증표에 기재된 성명 또는 법인명과 주민등록번호 또는 사업자등록번호 등이 거래신청서에 기재된 실명과 맞는지, 실명확인증표에 붙은 사진이 거래자와 동일한지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금융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실명확인된 계좌에 의한 통장·카드·기타 전자적 수단에 의한 계속거래, 각종 공과금 등의 수납 및 100만원 이하의 송금·무통장입금·외국통화 거래는 실명확인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실명거래는 대면거래가 원칙이나,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법 해석을 통하여 2015년 12월부터는 비대면을 통하여도 실명확인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비대면 실명확인에 의한 계좌개설은 먼저 컴퓨터나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에 신분증 사본 제시(거래자가 신분증을 촬영 또는 스캔하여 금융회사등에 모바일 또는 온라인으로 송부), 신분증 진위확인(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통하여 금융회사등에서 실명확인증표 확인) 및 영상통화(금융회사등의 직원이 거래자와 영상통화를 통하여 거래 진위 및 얼굴 등을 대조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5) 실명확인증표
실지명의를 확인할 때 실명확인증표로 인정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실명확인증표는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증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주민등록증에 의하여 실명확인이 곤란한 경우에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교육기본법｣에 따른 학교의 장이 발급한 것으로서 실지명의의 확인이 가능한 증표 또는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주민등록표 초본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도 가능하다. 이러한 것들로는 운전면허증·여권·장애인등록증·학생증·청소년증·장애인복지카드·노인복지카드·공무원증·공익근무요원증·국가유공자증·선원수첩·장기하사관 이상의 신분증·군인의 비밀취급인가증 등이 있다. 주민등록증 미발급자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주민등록표초본과 함께 법정대리인의 실명확인증표 또는 실명확인이 가능한 증표·서류가 실명확인증표로 인정된다.
법인은 사업자등록증·고유번호증 및 사업자등록증명원 등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 또는 그 사본이 실명확인증표로 사용된다. 이 경우 같은 금융회사등의 내부에서 원본을 확인한 경우 그 사본도 실명확인증표로 사용된다. 법인이 아닌 단체의 경우 단체 대표자의 실명확인증표로 거래하여야 하며, 납세번호 또는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단체인 경우에는 납세번호증 또는 고유번호증이나 그 사본이 실명확인증표가 된다.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등록증·여권 또는 여행증명서·국내발행 운전면허증 등의 신분증이 실명확인증표로 인정된다. 재외국민의 실명확인증표는 여권 또는 재외국민등록증이다.
다. 차명거래 및 도명거래
“차명거래와 도명거래도 실명거래로 보나요?”
“차명거래는 다른 사람의 동의하에 그 이름을 빌어 거래하는 것이고, 도명거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그 사람의 동의없이 사용하여 거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명거래 또는 도명거래라 하더라도 금융회사등의 실명확인을 받은 경우는 실명거래로 간주되나, 명의자에게 증여세 또는 상속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2014년 11월 29일부터 금융회사등의 실명확인을 받은 계좌 및 외국의 관계 법령에 따라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명의자에게 증여세 또는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 계좌의 명의자는 금융자산의 실제 소유자인지를 불문하고 금융자산을 인출할 수 있다.
라. 비실명계좌
“비실명계좌는 무엇인가요?”
“비실명계좌는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의 실명이 아닌 계좌로서 실명전환을 하지 않은 것과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금융회사등이 실명확인을 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금융실명법의 대상이 되는 비실명계좌, 즉 금융회사등이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하여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90%(지방소득세를 합하면 99%)의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은행이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90%의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나, 일반법인 등이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40%의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회사등으로부터의 지급이 아니므로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명확인이 필요하지 아니하여 원천징수세율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실명계좌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회사등과 거래된 비실명계좌의 경우에는 종합소득세 최고세율(42%)보다 높은 세율(90%)로 원천징수되고, 금융회사등이 아닌 자와 거래된 비실명거래의 경우에는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에 준하는 40%로 원천징수되므로 이러한 소득을 종합과세하는 경우 오히려 소득세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 금융거래 비밀보장
“금융거래 비밀보장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금융거래 내역 등은 개인이나 법인 등의 재산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정보이므로 금융회사등이 외부에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금융실명제의 도입과 함께 금융실명법은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보장제도를 두었다. 비밀보장의 요체는 금융거래에 대한 거래정보 등을 보유한 금융회사등이 엄격하게 비밀을 보호하도록 함으로써 특히 국가권력에 의한 금융거래정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거래 비밀보장의 적용대상은 무엇인가요?”
“금융회사등과의 금융거래에 관련된 제반사항은 포괄적으로 보호됩니다. 보호대상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와 자료이며, 거래정보등의 범위는 금융회사등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거래에 관한 기록의 원본·사본 및 그 기록으로부터 알게 된 것을 말하지요.”
비밀보장은 금융회사등과의 실명거래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따라서 외형상 비실명거래인 것이 분명하거나 외형상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경우도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 비실명임이 명백한 경우는 비밀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신거래 및 보험·공제거래의 경우 금융실명거래 대상이 아니므로 금융실명법에 의한 비밀보장 대상이 아니며,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판례도 보험거래의 경우 금융실명법에 따른 비밀보장 적용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금융거래 비밀보장의 주체는 누구인가요?”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가 금융거래 비밀보장의 주체가 됩니다.”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금융거래의 거래정보등을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본문.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는 금융회사등의 임직원과 그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으로서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를 취급·처리하는 업무에 사실상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동의 등 법령에 정한 바가 아니면 거래정보등을 타인에게 제공·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불법으로 거래정보등을 누설한 자는 형사처벌된다.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은 어떤 경우에 가능한가요?”
“아래에 열거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금융거래 정보의 제공이 가능합니다.”
금융회사등은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가 있는 경우, 법원의 제출명령·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경우, 세법에 따라 제출의무가 있는 과세자료, 상속·증여재산의 확인 등의 경우에 금융회사등은 거래정보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거래정보등을 제공하여야 한다.
거래정보등을 요구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표준양식에 의하여 금융회사등의 특정점포에 자료를 요구하여야 하나, 예외적으로 법원의 제출명령·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경우, 부동산거래와 관련하여 소득세·법인세 탈루사실을 확인하거나 1천만원 이상 체납자 재산조회를 위한 경우에는 금융회사등의 거래정보등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부서에 일괄하여 거래정보등을 요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