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세금계산서합계표를 다시 제출한 피고인에 대하여 전자세금계산서와 세금계산서합계표를 합산하여 유죄로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선고했다(대법원 2017도11628, 2017도18698 판결).
대법원 판결 요지는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관하여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였더라도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기재하여 제출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고, 설령 그 부분 거래가 허위로 발급된 전자세금계산서에 관한 것이라도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매출 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2017도11628 판결)"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부가가치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그 발급명세를 국세청장에게 전송한 경우에는 매출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피고인이 발급한 매출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 중에서 일부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에 관한 것인데,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명칭을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매출처 수, 총 매수, 총 세액을 매출세금계산서 총합계 항목으로 매출처별 세금계산서 서식에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과세관청의 행정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 매출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기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2017도18698 판결)"고 하였다.
지난 2008년 12월 부가세법이 개정되면서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신설되어 2010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전자세금계산서는 법인사업자 등 발급의무자가 전자적 방법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때에는 일정 기한까지 그 발급명세를 국세청장에게 전송하는 제도이다.
현행 부가세법상 원칙적으로 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는 매출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부가가치세법 제54조 제1항).
이에 따라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사람이 국세청에 그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였을 경우, 별개의 범죄가 다시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퉈졌다.
그런데,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사람이 그 발급명세를 국세청장에게 전송한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신고시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부가가치세법 제54조 제2항).
이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국세청장에게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명세를 전송하면 국세청 홈텍스 시스템에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명세 내역이 사업자별로 자동으로 분류 합산되기 때문에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의 세금계산서합계표 서식에서도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과 그 외의 발급분으로 별도로 규정되어 있으며, 전자세금계산서 수수에 관한 부분은 전자적 방식으로 자동으로 기재되어 시스템에 현출되고, 세금계산서합계표의 법정 필요적 기재사항을 임의적으로 기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관련 법령에서 이미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사람은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의무가 면제되어 있는데, 그러한 세금계산서합계표가 제출되어 있다고 하여 해당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지적하고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한 허위세금계산서 교부의무 위반죄는 2005년에 신설되었는데 그 이후 2010년에 신설된 전자세금계산서 관련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법문에 충실하게 문리해석하여 유죄로 선고한 반면, 대법원은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에 따른 변화를 적정하게 반영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과세관청 및 수사기관의 실무상으로도 많은 혼선이 있었던 분야인데,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는 세금계산서합계표가 제출되었더라도 별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위와 같이 두 가지 사건에서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이 나뉘었던 이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의 다소 불분명한 규정에 있다.
입법론으로는 위 대법원판례의 취지대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사람의 경우에는 별도로 거짓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 행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조세범의 처벌여부는 가급적 법문상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한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한 조세포탈의 가중처벌 규정은 연간 포탈세액 5억원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허위세금계산서 교부의무 위반 등의 가중처벌 규정은 기간 구별 기준 없이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이 30억원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현재 실무상 단일한 범의아래 이루어진 행위는 1년이 넘더라도 모든 기간을 합산하여 포괄일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그 구별기준이 애매하고 지나치게 확장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일정한 기간으로 구성요건을 명문화하여 형벌 비례원칙이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법원 2018. 1. 24.선고 2017도186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