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생곡쓰레기매립장과 관련해 안일한 대처와 부실관리가 문제시 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시 강서구 생곡매립장에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한 소량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94년 만들어진 시설이다.
하지만 생곡쓰레기매립장에 일반폐기물에 의료폐기물이 섞여 최근 매립장에 반입됐다. 약품 안에 든 화학물질 등이 매립장 땅속으로 스며들면 토양오염은 물론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의료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 달리 병원 내 의료폐기물 처리시설로 해야 한다. 생곡쓰레기매립장은 당연히 병원에서 사용한 의료폐기물은 반입이 할 수 없는 곳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연 2회 실시하는 합동단속 외에는 정기적인 점검체계를 마련해 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물리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다"는 입장뿐이다.
백해주 (사)초록생활 대표는 "의료폐기물 매립으로 토양오염은 물론 지하수를 섭취한 사람들은 고병원성 발병률이 높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생곡매립장에 병원에서 사용한 의료폐기물이 반입된다는 주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 여러 차례 적발된 기록도 있으며 지난 2월에는 부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실시한 합동단속에서 관내 3개 병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김종원 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위원회(대책위) 사무국장은 "부산시는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일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며 "법을 만들어 놓고 공무원이 지키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답답한 부산시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의료폐기물이 공공연하게 매립장에 반입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형식적인 단속만 하고 근원적인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부산시에 집단이주를 요청했다.
이에 부산시는 주민 설문조사를 했으며 63.6%란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고 지난해 3월경 시는 관련 법률에 근거해 생곡마을 집단이주를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이전 계획발표가 나오고 일 년이나 지났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으며 기초적인 대책마저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의 행태를 참다못한 대책위 주민 50여 명은 지난달 15일 오전 부산시를 항의 방문하고 이주대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민원실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결재권자를 포함한 부산시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죄로 고소함은 물론 시민과의 합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부산시정에 대한 법적 책임의 추궁에 목숨을 걸고 나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부산시가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데는 생곡매립장 재활용센터 운영권을 둔 주민들 간의 해묵은 갈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