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25일 열린 이 전 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관련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청장 측이 요청한 최모 전 비서관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전 청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최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그가 당시 국세청장실에서 이 전 청장을 보좌했기 때문에 뇌물수수 당시 정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원 전 원장으로부터 DJ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김모 전 국가정보원 대북국장에게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 원의 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김 전 국정원 국장이 돈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쇼핑백을 가져와 전달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쇼핑백 같은 물품은 비서실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김 전 국정원 국장이 이를 갖고 청장실에 들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박모 전 차장(당시 국제조세관리관)이 김 전 국장과 이 전 청장의 미팅 일정을 조율했다고 주장하지만 최 전 비서관은 박 전 차장이 비서실을 통해 일정을 잡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이 1억2000만 원의 뇌물 수수 의혹을 받을 시기는 2011년 9월경인데 당시에는 박 전 차장과 김 전 국정원 국장이 함께 국세청장실에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이 이 전 청장 측의 주장이다.
또 이 전 청장 측은 DJ비자금 추적 비용을 해외정보원에 지급한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업무범위'에 해당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현재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과 김 전 국장 등 국정원 직원들은 해외비자금 추적 비용 제공과 관련해 국정원의 직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혐의를 받는다"면서 "이 전 청장 역시 비자금 정보수집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직무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쟁점을 정리해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부터 국고손실 혐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공모 여부', '국정원과의 의사 연락 여부',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인식' 등이,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직무관련성 여부', '뇌물 혐의 여부', '주요증인의 증언 신빙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퉈질 예정이다.
이 전 청장은 청장 재임 시기인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해외 정보원에게 '김 전 대통령 해외 비자금 추적 비용'을 지급한 혐의(국고 등 손실)로 지난달 2일 구속됐다.
검찰은 '데이비슨 프로젝트'로 알려진 DJ비자금 소문 추적 작업 과정에서 이 전 청장이 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3500만 원과 미화 5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DJ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은 검찰에 의해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로 공판준비기일을 모두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정식 공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다음달 18일에는 박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