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안전성평가 기존금고에 유리 지적
예금금리·출연금 항목 타항목과 통합심사 요구
34조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 금고 입찰경쟁에 도전장을 낸 시중은행들이 시금고 선정 평가기준과 심의방법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3일 시금고 은행 최종선정을 앞두고 신규 진입을 노리는 은행들은 일부 심사항목과 방법이 기존금고 사업자에 유리하도록 구성된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금고 평가항목은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전산시스템 등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부분이 가장 많은 비중(30점)을 차지한다. 세부적으로는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이 부여한 신용등급과 총자본비율(안정성, 7점), 고정이하여신비율(건전성, 7점), 자기자본이익률(수익성, 6점) 등 주요 경영지표 현황이 평가대상이다.
문제는 주요 경영지표 평가 기준에서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의 경영실태평가 또는 검사기준에서 정한 최소규제 수준을 넘길 경우 만점을 줄 수 있도록 한 점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 기준이 과거 대다수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문제가 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질 때 만들어 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총자본비율이 8% 이상이거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5% 미만이면 양호한 수준으로 인정돼 만점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만점처리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가장 배점이 높은 재무구조 안정성 평가항목에서 경쟁은행 간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규정대로 평가하는 경우 가장 배점이 높은 재무구조 안정성 평가항목에서는 참여은행 모두 만점을 받게 돼 사실상 변별력이 없어지게 된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떨어지는 우리은행에 유리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들은 시금고 선정과정에서 예금금리와 출연금을 다른 평가항목과 분리해 심의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4년 시금고 선정 당시에도 예금금리와 출연금을 다른 평가항목과 별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금고 선정 역시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참여 은행들은 기존과 같이 예금금리와 출연금 항목을 분리해 평가한다면 이는 서울시와 서울시민을 위해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는 부분이 오히려 가장 낮게 평가되는 꼴이라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연금을 100억원 적어낸 은행과 1000억원을 약속한 은행의 점수 차이는 최대 0.4점에 불과하다. 1등 은행이 4점, 2등이 3.8점, 3등이 3.6점을 얻게 돼 출연금 규모에 비해 전체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서울시에 대한 기여도를 지나치게 낮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막겠다는 시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출연금 전액이 서울시 세입에 들어가 시민을 위해 쓰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시금고 심의위원들이 출연금을 포함한 항목을 골고루 반영해 시금고 은행을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찰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참여 은행들이 이처럼 지역사회 기여 부분에 예민하게 신경 쓰는 이유는 배점은 9점에 불과하지만 이번 서울시 금고 선정 작업에서 다른 평가영역에서는 사실상 은행 간 차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여기서 승부가 날 것이란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이번 시금고 입찰에서 기존보다 배점이 높아진 전산처리능력 항목은 시중은행 모두 강점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크게 우열이 가려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예금·대출 금리 역시 은행 간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한 은행 모두 이 부분에서 마진이 거의 없는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시금고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신규 참여 은행들은 결과적으로 기존 거래업체인 우리은행이 유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금고 선정 심의위원장인 윤준병 행정1부시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고교동문이어서 이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시금고 우선협상자 선정이 이뤄져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설수에 휘말릴 수도 있어 서울시로선 이래저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