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 "원세훈 전 원장 지시로 직접 자금 전달"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8일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국고손실 등 혐의 재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DJ 비자금'을 추적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사진 : 더팩트>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한 내용을 언론에 흘려 2012년 대선 정국에 활용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오후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손실 등)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국정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미국 관리책의 공소장을 미국 언론에 흘려서 한국 언론에도 알려지게 해야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게 "'DJ 비자금' 추적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이를 언론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당시 국제조세관리관)의 진술이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 전 국정원 국장은 "원 전 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 미국 언론에 보도되면 국내 언론에도 알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서 이를 박 전 차장에게 말한 기억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2012년 대선에 활용하려 했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김 전 국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1억2000만원을 이 전 청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는 검찰의 질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라고 답했다.
김 전 국장은 "2011년 9월말경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직접 이 청장에게 대북 공작비 1억2000만원을 전달했다"며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DJ 비자금에 대한 내용을 브리핑하고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네며 '활동자금으로 드리는 겁니다'고 말하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김 전 국장은 2011년 7월 무렵에도 이 전 청장을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국장은 "국정원 공작국에서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을 추적할 방법이 없어 (원 전 원장에게)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면서 "비자금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기관은 미 연방 국세청(IRS) 뿐이라서 국세청에 협조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이 미국의 수표 운영 방식이나 계좌 정보에 대해 국세청에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김 전 국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전 청장 측 변호인단은 자금 전달 당시의 김 전 국장 증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반박했다.
이 전 청장 측은 "김 전 국장은 2011년 9월 26일에 대북 공작비를 이 전 청장에게 전달해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하지만 이날은 국세청 국정감사가 진행돼서 절대로 만날 수 없었던 날"이라고 김 전 국장을 추궁했다.
김 전 국장은 이에 대해 "1회 진술때부터 계속 국세청에 자금을 지원한 건 맞다고 진술했지만 7년전 일이라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DJ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김 전 국장에게서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 받고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또 청장 재임 시기인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해외 정보원에게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비용을 지급한 혐의(국고손실 혐의)도 있다.
이 전 청장은 '데이비슨 프로젝트'로 알려진 DJ비자금 소문 추적 작업 과정에서 이 전 청장이 해외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3500만 원과 미화 5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은 원 전 원장도 지난 15일 국고손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대북공작금 5억여 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청장의 다음 재판은 25일 속행된다. 이날 오전 증인 출석 예정이었던 박 전 차장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해 다음달 8일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