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당 혁신안을 발표하는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 (사진=김용진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혁신 노력이 시작부터 잡음을 낳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가 이날 '중앙당 해체'를 포함한 혁신 방향을 발표했지만 당내에선 이견이 잇따랐다.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대구·경북 2곳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패배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11개 지역 '배지'를 모두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줘 전멸하다시피했다.
이에 한국당에선 "지금 바뀌지 않으면 21대 총선에서도 참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혁신안에 대해선 당의 공감대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김성태 "중앙당 해체·새간판 달것"= 김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권한대행 자격으로 당 혁신방향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부로 중앙당 해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그가 밝힌 당 혁신안은 크게 ▲중앙당 해체 ▲당 조직·가치 혁신 ▲인적 혁신 작업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김 권한대행은 본인이 직접 중앙당 청산 작업을 지휘하겠다면서 '당 해체'는 아니라고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중앙당 해체' 작업에 대해 김 권한대행은 "중앙당 조직을 원내중심으로 집중하고 필수적 기능 위주로 슬림화"한다며 "중앙당사를 공간적으로 최소화 하고 전국에 산재한 당 자산을 처분해 당 재정 운용도 효율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당 조직의 구조조정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인적 청산'과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가장 중심이 될 것"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당 안팎에선 한국당의 인적 청산이 가장 핵심이면서도 가장 '예민한' 부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치 혁신'에 대해선 '뉴노멀'에 맞는 '뉴보수 정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김 원내대표는 "보수의 가치와 이념은 중시"한다며 "뉴보수 정당으로서 정의로운 가치를 가장 우선에 두고 보수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혁신작업은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와 비상대책위원회 2개 조직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비대위원장은 외부위원 초빙 방식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김 원내대표는 "(당 혁신의) 마무리 작업으로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담도록 당의 간판을 새 이름으로 하겠다"며 당명 교체 의사를 드러냈다. 한국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동 이후 지난해 2월 '새누리당'에서 현재 당명으로 변경한 바 있다.
◆…18일 자유한국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6·13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혁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용진 기자)
□ 재선의원들 "혁신, 1인이 하는 것 아냐" =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이 발표된 날 한국당 재선의원들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 혁신방향을 논의했다.
박인숙 한국당 의원은 "저는 당 해체까지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해체든 해산이든 일단 다 국가에 헌납하고 당원모집부터 전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명연 의원은 "우리(국회의원)가 당 주인이 아니다. 실무적인 당직자들이 있다"며 "이 사람들의 뜻을 한번도 물어보지 않고 우리가 주인처럼 행사하면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주 한국당 비상의총 후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언급하며 "감동을 주지 못했다"며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좀 그만하자. 맨날 보여주기만 하고 넘어갈 생각을 하는데 이번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가 (혁신안 발표로) 월권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덕흠 한국당 의원은 이날 모임후 브리핑에서 "변화와 혁신은 1인이 독주로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해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의 혁신안과 관련해 당에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6·13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 입장을 밝힌 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사진=김용진 기자)
□ '구조조정' 언급에 당직자들 "또…" = 김 권한대행이 이날 혁신안에서 '당 구조조정'을 거론하자 당직자들 사이에선 "또 당직자가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당은 이미 지난해 대선 이후 40여명의 당직자를 구조조정한 바 있다.
한 당직자는 이날 "지난번 구조조정 때도 기준이 모호해 말이 많았다"며 "실무자인 당직자들을 해고부터 하면 당장 비대위 회의부터 업무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선의원들 말대로 의총을 열어도 당직자들에겐 발언권이 없다"며 "우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당직자들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김 권한대행이 "당사를 공간적으로 최소화하고 전국에 상주해있는 당사를 처분해 당 재정을 효율화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새로울 게 없다"는 당내 반응이 주였다.
한국당은 이미 지방선거 전부터 중앙당사 이전을 포함한 당 재정 효율화 작업을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선거 전부터 진행된 사업을 참패에 따른 혁신안에 포함시키면 오히려 '보여주기'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역풍을 우려하기도 했다.
당밖에선 한국당이 당내 위기를 이유로 '방탄국회'에 들어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국당은 반성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방탄국회를 즉시 철회하고 국회 정상화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금주내 20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원회 배정과 국회의장 선출 등 원구성을 하자는 입장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각당이 아무리 힘들어도 입법부의 공백을 막기 위해 하반기 원 구성이 시급"하다며 "김 원내대표가 획기적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