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기상악화로 문 대통령 참석 불발···보훈처장이 주관
"한국이 이룬 기적···유엔참전용사가 그 기적의 주인공"
"가족·후손들이 자부심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UN참전용사 추모식과 관련, 추모사를 통해 “당신들이 흘린 피와 땀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여 추모탑앞에서 진행키로 예정됐으나 부산지역 기상악화로 이날 오전 대통령 전용헬기가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해 피우진 보훈처장 주관으로 약식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용감한 젊은이들이 가슴 깊이 품었던 것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는 책임감과 인류애였다”며 “그 고귀한 마음으로 낯선 땅,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이들을 추모했다.
당시 전쟁에서 유엔의 깃발 아래 연인원 195만 명이 참전했고, 4만여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 한분 한분의 희생과 헌신은 제 삶에도 남아있다”며 “1950년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 흥남철수 작전 성공으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고 저는 피난지 거제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유일의 유엔군 묘지고, 한국전쟁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40,895명의 유엔군 전몰장병을 기리는 성스러운 곳”이라며 “전 세계에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알리고, 후대들에게 참된 용기만이 자유와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다시 일어나 높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었다”며 “'한국은 두 번째의 조국이며, 한국인은 내 가족“이라는 참전용사들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전쟁의 어둠이 남아 있던 나라에서 평화의 빛을 발하는 나라로 거듭 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몰용사들이 보내준 우정을 잊지 않고 우리도 인류평화를 위해 보답하고 있다면서 “평화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지구촌 어디든 UN 평화유지활동(PKO)과 함께 하고 있다. 소말리아, 앙골라, 동티모르, 아이티의 복구 재건과 서부 사하라의 의료지원 임무를 완수했고, 지금은 레바논의 동명부대와 남수단의 한빛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임무를 수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늘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가 기적이라면, 유엔참전용사 여러분이 바로 그 기적의 주인공”이라며 “우리는 유엔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아가 참전용사들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자랑스러워하고, 가족과 후손들이 그 자부심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의 대다수가 80세를 훌쩍 넘은 고령이기에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보다 많은 분들을 한국에 방문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방한이 어려운 참전용사께는 현지 행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은 후손들에게 가치 있는 유산이 되어야 한다”며 “그 분들의 후손과 한국의 청년들이 우정을 나누고 용사들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엔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를 열고, 형편이 어려운 유엔참전용사의 후손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국내 유학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니다”며 “참전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겠다.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 안에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해 전몰장병 한 분 한 분의 숭고한 희생과 업적을 세계인과 함께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며 “전쟁의 고통에 맞선 용기에 온전히 보답하는 길은, 두 번 다시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다. 평화야말로 진정한 보훈이고, 진정한 추모”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저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약속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고 또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의 유해 수습을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군 전사자의 유해 200여기가 곧 가족과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되며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의 유해 발굴도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전사자와 실종자들의 유해 발굴과 송환이 신속하고 온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를 지켜낼 수 있었고, 오늘의 발전을 이뤄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에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유엔참전용사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 후 외교사절단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참전용사는 국방부 장관과 보훈처장이 맡아 예우를 갖춘 환영행사를 했다.
정부는 지난 해 11월 12일 국가보훈처와 호국문화진흥위원회 공동 주최로 '제 11회 유엔참전용사 추모 평화음악회를 개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