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이나 사익편취, 규제 회피 수단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위한 수입·지출 비중은 약 30%로 60%대인 전체 공익법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총수일가나 계열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 등 내부거래가 있던 곳이 60%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소속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165곳의 운영실태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일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설립취지와 다르게 세금부담 없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등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작년 말부터 2단계에 걸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세부 조사 내용은 출연 받은 재산 내역, 수입·지출 개요, 출연 받은 재산의 공익목적 사용 현황, 공익법인 보유 주식 지분의 의결권 행사 현황, 내부거래 비중 등이다.
조사 결과 지난해 9월 지정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신세계, 한국투자금융,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금호석유화학, 넥슨 등 6곳을 제외한 51개 대기업집단이 165개 공익법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익법인에서 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는 83.6%, 대표자인 경우는 59.4%에 달했다.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아 공익법인을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으로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수입·비용 구성.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구성 중 주식 비중은 21.8%였으며 보유 주식의 74.1%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전체 공익법인이 가진 주식은 5.5%로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자산 구성에서 계열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수입면에선 1.06%로 기여도가 상당히 미미했다. 전체 주식 배당금액에 따른 수입 비중도 1.15%에 불과했다.
이들 법인 가운데 66곳이 모두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했으며 총수있는 집단 소속 59곳이 108개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었다. 대표자가 총수일가인 경우는 57.6% 수준인 38곳이었다.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112개의 주식에 대해서는 상증세 면제 혜택이 제공됐다.
119개 계열사 중 상장사가 63.9%,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사가 68.1%였으며 이 가운데 57개사는 총수 2세도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조사됐다. 51개 대기업집단 중 31개 집단에서는 공익법인이 대표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기도 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내부거래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지배력 유지, 계열사 우회지원, 규제 회피 수단 등 공익법인을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많아 경영권 승계나 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공익법인의 내부거래도 빈번하지만 통제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라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재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논의 중"이라며 "앞으로 토론회나 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