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스윙을 믿어요. 간혹 미스 샷이 나는 경우에도 그건 내 스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공이 이상한 곳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홀로 넘어 갑니다" 골프를 잘 치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유명 골프선수가 답한 내용이다.
야구에는 스티브블레스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연습경기에서는 포수 글러브에 스트라이크를 팡팡 내리꽂던 투수가 실제경기만 들어가면 단 한 개도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다 결국엔 선수생활을 포기한 어느 야구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든 증후군이다.
야구잡지를 읽다가 알게 된 내용이지만 꽤 많은 현직 프로야구 투수들이 이런 증후군을 겪었고, 현재도 이같은 경우가 있다고 하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직업선수로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수의 대답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 특정시합에서 자신의 실수로 팀이 경기에서 패배하는 경우에 그 이후부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압박감이 몸을 굳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실력보다 더 잘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내 경우에 두 번째 본 2차 시험에서 한 과목 0.5점차 과락으로 불합격하였는데 오히려 1년을 열심히 준비한 3번째 시험에서는 점수가 더 낮게 나오고 말았다.
원인을 보면 두 번째 시험에서는 공부 량이 부족했기에 나 스스로가 공부 범위를 한정시킨 후 그 한정된 곳이 아니면 시험장에서도 과감히 건너뛰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반면 세 번째 시험에서는 어느 정도 공부 량이 되다보니 실제로는 내가 풀 수 없는 문제였음에도 부분점수라도 받겠다는 마음에 이 문제 저 문제를 건드리다 결국엔 제대로 푼 문제없이 답안지를 내고 만 것이다.
물론 시험장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는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을 마비시켜 버리고 만다.
"아…이 문제를 버리면 과락이 날 수도 있는데, 자신 없지만 일단 풀어볼까?" "평상시 연습할 때는 안 푸는 것이 맞다 생각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 풀다보면 기억나지 않을까"하는 식이다.
결국 내 실력보다 더 잘 하려는 욕심이 시험을 망치게 된다. 이에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골프선수를 보자. 그는 자신의 스윙을 믿는다. 단지 공이 이상한 곳이나 어려운 곳에 놓여있어 미스 샷이 일어났다고 믿는다. 다음 홀로 넘어가서는 칠 수 있는 공을 제대로 치면 된다. 꼭 우리가 타이거 우즈처럼 모든 공을 잘 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야구선수도 마찬가지다. 만약 모든 야구선수가 실수를 하지 않아야 된다면 우리는 재미없는 무승부 경기만을 보게 될 것이다. 완벽한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니다. 실수도 경기의 연속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합격하기 전 2차 시험을 앞두고 연습한 것이 있었다. 매번 기본서를 보거나 연습문제를 풀 때 내가 연습이 되어있는 파트가 어딘지, 어느 부분이 자주 틀려 보완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실제 시험에서 자신 없는 파트의 문제가 나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습했다.
어차피 내가 공부한 수준은 정해져 있고, 지금 시점에서 무리가 있다면 차라리 자신만의 스윙으로 맞출 공만 맞추겠다는 골프선수의 전략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다음 번 에는 시험장에서의 시간 관리전략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