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기업들은 경영활동과 관련한 일정 수준의 접대 명목 지출을 한다.
내 돈 한 푼 쓰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예(禮)'를 중시하는 한국의 정서 등을 감안하더라도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위해 접대 목적의 비용(이하 접대비)을 쓰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행 세법에서도 기업들이 사용한 일정액의 접대비는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문제는 고도 성장기였던 1980~1990년대 잘못 정착된 유흥문화로 인해 기업의 접대문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손님을 맞는 일'이라는 나름대로 좋은 의미를 가진 '접대(接待)'라는 용어가 유독 한국의 경제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인식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접대활동을 무턱대고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접대문화를 재정립 하기 위해서라도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의 첫 단추로 꼽히는 것이 세법상 '접대비' 명칭을 개선하는 일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접대비 용어 변경 계획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접대비라는 용어로 인해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용어 변경을 검토했었다"고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중 50.7%(152개)가 접대비 용어 변경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용어 변경 이유로 '부정적 이미지 개선(47.4%)'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교제비·대외협력비 등의 대안이 제시됐지만 정부는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가 필요 이상의(?)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용어를 잘못 선택할 경우, 자칫 접대비 손금산입이라는 세제상 혜택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측면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비용을 교제비 또는 대외협력비로 '둔갑'시켜 비용처리, 세금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제비 등 용어는 물론 '대외업무활동비'라는 구체적인 용어를 대안을 제시한 의원입법안(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서도 정부는 '모든 경영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접대비 사용액에 대한 세제상 혜택은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경영환경 및 기업 내부 통제 시스템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입장은 선입견을 떨쳐 내지 못한 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접대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 것은 정부 책임도 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과거 50만원 이상 접대비 실명제 등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를 도입한 것이 그 사례"라며 "최근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비용절감 등을 위해 접대비 사용 등에 대한 통제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년 넘도록 손금산입 한도를 묶어 놓은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 방향인데, 용어 변경 마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2018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정책방향에 대한 문제점 지적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이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거래처 등 선물용으로 구입할 경우 이를 문화접대비로 인정하고 전시목적 미술품 구입비용 손금산입 한도를 1000만원(현 500만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법인사업자에게만 해당하고 개인사업자는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즉 개인사업자는 유사한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해도 비용처리가 안된다는 것이다.
비록 기업 등은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이해관계자에게 주는 선물가액도 10만원(농·축·수산물)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사회적 인식이 변해가고 있는 와중에 기업(법인)에만 이보다 10배 높은 선물비 사용을 허용하고 세금혜택까지 얹어 주겠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