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회장 부동산 취득자금·주식 증여 추정 과세
◆…사망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가 53억원의 증여세 과세에 불복해 최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더팩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가 53억원 상당의 증여세 부과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 일부가 드러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가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 1281억원을 동결시켰지만 지난해 6월까지 약 8200만원 정도만 환수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부동산 등 재산 취득자금을 유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서울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 이날 첫 재판이 열렸다.
김씨는 2015년 4월 증여세 부과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지난 3월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는 김씨의 재산을 증여 추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다퉈졌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는 약사 면허가 있고 여러 사업을 운영해 상당한 소득이 있다"며 "따라서 국세청의 과세는 증여추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세청은 "김씨의 재산취득시점마다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4년경 김씨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씨가 유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과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았다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당국은 김씨가 2000년 11월부터 2009년 12월 사이에 취득한 부동산 자금을 유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또 국세청은 2000년 12월 및 2007년 7월 김씨가 주식을 유 전 회장으로부터 명의신탁받았다고 봤다.
과세당국은 김씨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6.29%)로서 유 전 회장의 두 딸인 상나, 섬나씨(각 2.57%)보다도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유 전 회장이 증여자에 해당한다고 파악했다.
국세청은 "김씨의 재산 상태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히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와 사실혼 관계로 보이는 유 전 회장이 재산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으므로 김씨가 부동산 취득자금을 유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과세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재산취득시점부터 수입이 있는 직업이 있었고, 상당한 재원이 있었으므로 유 전 회장으로부터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심판원은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유 전 회장의 재산 관리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또 유 전 회장은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등 청구인에게 재산 취득자금을 증여할 만한 자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유 전 회장을 증여자로 본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씨는 5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2억원의 실형이 확정됐다.
다음 재판은 10월5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