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사진 = 기획재정부.
정부가 내년 나랏돈을 더 풀어 경제를 살리는, '역대급' 확장적 재정운용에 나선다. 특히 총지출 증가율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 2000년 이후 가장 높게 가져간다. 또한 복지예산 지출을 가장 많이 늘리면서 소득주도 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에도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내년에도 세수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세수입 등을 포함한 총수입이 재정지출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저출산·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재정 절벽'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입 기반을 늘리는 등 전반적인 증세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양호한 세수 흐름 '자신감', 내년 나랏돈 더 푼다
28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정부의 총지출은 470조5000억원으로, 올해(본예산 기준, 428조8000억원)보다 41조7000억원 늘린다.
총지출 증가율은 9.7%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10.6%)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6~2007년 총지출 증가율은 6.8%를 기록했으며, 2008년은 8.5%를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7년 사이엔 2.9~5.5% 수준이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전망(4.4%)보다는 두 배 이상 높다.
이렇듯 재정을 대폭 늘린 데는 양호한 세수여건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 등을 포함한 총수입은 올해 대비 34조1000억원(7.6%) 증가한 481조3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세수입은 반도체·금융 업종 등 법인의 실적이 개선되고,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상된데 따라 올해(268조1000억원) 보다 11.6% 늘어난 약 3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299조3000억원).
'돈줄'이 탄탄하니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더라도 재정건전성에는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 내년 예산안의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재정수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올해(-1.6%)보다 0.2%포인트 오른다.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도 전년 수준을 유지(39.5→39.4%)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4일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재정정책 확대 필요성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올해와 내년 세수가 좋을 것 같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최대 '증액'…소득주도 성장 '초점'
내년 예산안에서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분야는 '복지'. 복지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거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창출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내년 복지 예산은 162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7조6000억원이 늘어난다.
이 증액 규모는 분야별 최고치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7%에서 34.5%도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증액된 예산은 기초연금, 아동수당이다. 기초연금은 9조1000억원에서 11조5000억원으로, 아동수당은 7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각각 증액됐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더 쓴다. 일자리 예산은 23조5000억원으로, 올해(19조2000억원)보다 무려 22% 늘렸다. 최근 '고용쇼크(7월 취업자 증가폭 금융위기 이후 최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 간 임금격차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해소하고자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는 대책(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늘린다. 보육교사, 간호간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총 9만4000개 만들고, 경찰이나 집배원 등 현장인력 중심으로 공무원(국가직)을 2만1000명 충원한다.
혁신성장 분야에 투자도 확대한다. R&D 투자 예산에 20조원 이상(20조4000억원) 투입된다. 특히 산업분야 투자 예산은 올해 16조3000억원에서 내년 18조6000억원으로 껑충 뛴다. 산업분야 증가율은 14.3%로, 12대 분야 가운데서 가장 높다.
소득분배 악화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 지출도 늘어난다.
한부모 아동양육비 예산은 올해(907억원)보다 1170억원이 늘어난 2077억원으로 책정하면서 소외계층 지원 예산을 2배 이상 늘렸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기초생활보장 관련 예산을 올해 11조원에서 내년 12조7000억원으로 늘린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속 지원, 카드수수료 경감 등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예산도 2조1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재정지출, 강도 높게 구조조정
한편 불필요한 지출은 대폭 줄인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지출구조조정에 따라 감액된 금액은 12조4000억원이다. 이는 당초 목표(10조9000억원)에 비해 1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양적 지출구조조정에 더해 재정사업 효과성 극대화를 위한 '지출혁신 1.0' 33개 과제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등 질적 지출구조조정도 함께 이루어졌다.
세입기반을 늘리는 데도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확장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세원 투명성을 제고하거나 역외탈세를 차단하는 등 탈루소득 과세를 강화한다. 또 조세지출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비과세·감면 정비를 추진한다.
재정제도의 혁신 차원에서 국민참여예산은 올해(422억원)보다 약 2배 늘린 835억원으로 책정했다. 국민 제안에 대해 예산국민참여단의 평가, 선호도 조사결과를 반영해 39개 사업이 선정됐다. 일자리정보 플랫폼기반 인공지능 고용서비스 지원(65억원), 남녀공용화장실 분리비용 지원(23억원), 찾아가는 성폭력 상담지원(17억원)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