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제도는 현재의 상대적 빈곤화를 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빈곤화를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이 있어 다른 복지 급여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근로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장려금 세제개편안을 보면 30세 미만 단독가구에도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완화해 지급대상이 2배 늘어난 것은 근로의욕 증진에 고무적이다.
다만 근로장려금 제도는 그 시대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과거 미국은 금융위기극복을 위해 다자녀 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 혜택을 확대한 바 있고, 허리케인으로 인한 일시적 이주가구에 근로장려금을 확대 적용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의 연 초 대비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9%로, 15-64세 고용율은 67.3%에서 66.9%로, 설비투자는 3.3%에서 1.5%로 최근 하향조정 되었다. 이러한 경기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세대는 사회초년생 즉 청년 세대이다. 그러나 근로장려금 정책에 청년 세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인다.
우선, 근로장려금 정책에서 중요한 기준 소득이 중위소득이다. 중위소득이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대체적으로 중산층 가구 비중을 고려할 때 OECD 기준을 따르는 사례가 많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빈곤층, 50~150%를 중산층, 150% 초과를 상류층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은 맞벌이 가구의 경우 연 2500만원에서 연 3600만원, 홑벌이 가구는 연 2100만원에서 연 3000만원, 단독가구는 연 1300만원에서 연 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재산 한도는 1억4000만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상향됐다.
단독가구는 현재 중위소득의 65%에 해당하면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는데, 중위소득의 100%로 확대됐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는 46%에서 65%로 확대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가구소득에 대한 균등화 작업을 할 때 가구원수의 증가배수만큼 필요소득은 증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1인 가구의 비중이 적기 때문에 유럽선진국과 비교해도 전반적인 중위소득이 상대적으로 크게 뒤지지 않게 된다.
이는 청년이 부모나 친지로부터 경제적, 사회적 여건상 독립을 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전반적인 중위소득을 올려놓은 것을 의미하나 실질적으론 숨어있는 단독가구일 것이다.
전략 교과서에서는 미래전망이 가급적 좋을 때(Bright)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이 전개하라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내외 사정을 보면 시장 진작 정책의 고삐를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장려금 확대가 소득주도성장의 쌍두마차라면 그 적용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구당 재산이 2억 원 미만이어야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조건을 충족하는 청년이 가구원의 속한 경우 다른 가구원의 재산 때문에 근로장려금 지급을 방해받을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Working Tax Credit을 도입하면서 근로시간과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출산휴가, 질병휴가에도 지급을 하고 있다. 미국은 소득수준과 투자소득 등을 근로장려금 지급에서 고려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재산 상태, 즉 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동적인 요소에 마중물을 부어, 근로유인을 유도한다는 것에 부합하는 개념이다.
언제까지 청년을 본인이 향유할 수 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가구원의 재산에 발목을 잡히도록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편 정부는 단독 가구 지원 강화를 위해 맞벌이 가구 최대 지급액을 기준으로 하고 균등화 소득 개념을 적용해 가구 유형별로 차등적용을 했다고 발표했다. 맞벌이 최대지급액은 300만원을 기준으로 단독 가구 최대 지급액은 150만원이 책정됐는데 이는 맞벌이 가구를 4인 구성원으로 가정하고 300만원을 √(4) 즉, 2 로 나눈 값을 적용한 것이다.
맞벌이 가구를 4인 가족으로 볼 때 1인당 75만원이 되므로, 결국 맞벌이 가구 내에 사실상 존재하는 실질적 단독 가구는 상대적으로 적게 유인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꼴이다. 그 실질적 단독가구 중 근로유인을 가장 절실히 제공받아야 할 대상은 바로 청년일 것이다.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가구 구성원에서 독립하지 못한 청년은 오히려 주위 도움을 받아 독립한 청년보다 불리한 근로장려금을 받게 돼 역차별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왕 개선책을 마련한다면 가구당 소득 기준, 맞벌이 가구 최대 지급액 문제 등을 고려해 꼭 근로장려금 제도가 필요한 청년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로장려금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보완해 실질적 단독가구인 청년의 숨겨진 몫을 찾아 주어야 한다. <박주성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필자 프로필]
▲박주성 공인회계사(법무법인 공정)
▲경영학 박사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