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정부질문서 이낙연 총리 '감싸기 vs 몰아치기'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국회 대정부 질문 정치분야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 김용진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당 의원들의 감싸기식 질문과 야당 의원들의 흠집내기 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이날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자평하며 야당의 공세를 견뎌냈다.

이날 질문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총액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실직으로 직장 잃은 사람이 더 많아서 소득이 줄었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 총리는 "최저임금이 중요한 일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일부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대통령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이 어렵게 됐다고 고백했는데 그 고백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어 "5개 정당이 작년 대선에서 모두 2022년 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을 했다"며 "야단을 치는 것은 좋지만, 이 문제를 (여야가) 함께 풀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면 어떻겠냐"고 당부했다.

이 총리의 대답을 들은 주 의원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발언을 했지만 사실상 내년 연말까지는 최저임금을 손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이 총리는 "시장에 주는 믿음이랄지 이후에 어떻게 되겠구나 하는 예측 가능성 등 여러 가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 총리의 말에 "소득주도성장론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오만이자 불통이 아니냐"고 지적했고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소득을 늘린다, 의료비를 포함한 가계지출을 줄인다, 그리고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하면서 "가계지출이 감소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국민이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긍정적 측면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주 의원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깜짝 놀랐다'고 발언했다"고 말하자 "본인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의 거센 공세를 받은 이 총리는 한숨을 돌릴틈도 없이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으로부터 경제 관련 질문이 아닌 지난 촛불 집회와 관련한 거센 공격을 받았다.

이날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정권 시절 촉발된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 집회가 혁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수차례 질문했고 이 총리는 "촛불은 혁명이었다"고 받아쳤다.

이어 "개인적으로 혁명이라고 본다"며 "혁명적 변화라고 보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김 의원은 "4·19와 5·16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4·19는 혁명이고, 5·16은 법적으로 볼때 군사정변"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의 말을 들은 김 의원은 "혁명에는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 교체를 한다는 뜻이 있는데, 촛불이 혁명이라면 비합법적 요소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일상적으로 큰 변화를 말할 때 혁명적 변화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재작년 겨울부터 봄까지의 광화문 일대와 전국에서 벌어진 일은 혁명적인 일이며,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뤄졌다. 혁명적인 변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정권이 촛불 집회를 전리품이라고 생각하고, 특권을 부여 받은 것처럼 이전 정권을 모두 적폐로 몰고 그런거 아니냐"고 다그치자 이 총리는 "예를 들면 (전 정권의) 창조경제 혁신센터, 청년 희망센터, 새마을 운동 등이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촛불 정신은 문재인정부의 전유물도 특권도 아니다. 촛불은 민심이다. 태극기 집회도 민심이다. 지금 촛불혁명 운운하면서 마치 (정권의) 전유물처럼 정치보복의 도구로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치보복을 생각한 적도 없다. 촛불 혁명도 (정권에) 정치보복을 명령하지 않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태흠 의원의 질의가 끝나고 이 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질의를 이어갔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을)은 이 총리를 향해 "정상회담에 정당 대표를 초청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냐"고 질문했고 이 총리는 "북한을 향해 신뢰감을 주고 우리가 서로 합의한 것은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마음을 모아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박 의원은 야당을 향해 "대통령 들러리 역할을 언급하며 거부하는 데 이걸 보면서 국민으로서도 안타깝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기회에 조건없이 하는 게 맞다고 보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 총리에게 질문했고, 이 총리는 "행정부 사람이 왈가왈부하는 건 분에 넘치지만 평소에 바라는 한국 정치의 모습이 민족을 위해 노력하는 걸 보고싶다"고 부탁했다. 이어 경제와 관련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우리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반을 만드는 데 서둘러야되고 정부가 더 많은 지혜를 내서 더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의원은 "고용지표 악화의 주된 이유는 최저임금의 문제도 없진 않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 문제가 심각해졌다기 보다 상가 임대료, 카드 수수료 문제 등을 동시적으로 해결하면서 함께 진행했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다고 본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시행령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고 이 총리는 "동의하는 내용이며 속도를 내겠다. 국회에서도 동의 해주길 바란다. 고통의 강을 함께 건너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소통을 강조했는 데 총리가 대통령에게 직접 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 등을 건의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겠다"며 "공교롭게도 일정들이 연달아 있어 어느시점에 말씀드리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겠지만 상의해보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