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허점 악용…납세자와 공모 156억 세금 부당감면
후배 국세공무원도 포섭해 비리 가담시켜...
납세자들과 짜고 양도세 등 156억원의 세금을 부당감면해 준 '간 큰' 국세공무원이 적발됐다. 적발이 되기는 했지만 국세청이 즉각조치를 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하면서 해외로 줄행랑,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로 도피해버린 관계로 그가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부당감면 해주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댓가를 받았는지, 추가적인 여죄가 있는지 여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4일 국회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내부감사를 진행해 양도소득세 등 세금 156억원(고지건수 86건)이 부족하게 징수된 불법행위를 찾아냈다.
주범으로 지목된 국세공무원 A(도피 중)는 중부지방국세청 산하 일선 세무서 양도소득세 관련 분야에 장기간 근무하던 중 국세청의 전산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간파, 허위 신고자료를 입력하는 등 부당하게 처리했다.
타 부서로 옮긴 이후에도 자신의 후임 업무담당자들인 B와 C에게도 '비법'을 전수(?) 부당한 처리로 세금을 감면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특정 과세건을 본인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의뢰인인 납세자의 주소지를 허위 변경하거나 납세자와 공모해 취득가액을 과다 산정하는 방법으로 양도세를 낮춰 신고하도록 해 자경농지 감면이나 일시적 2주택 비과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본청 감사과정에서 확인한 후 올해 1월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추가 감사에 착수했다. 본청 감사과정에서 아무런 동요가 없던 주범 A는 중부국세청 감사가 착수된 직후 해외로 도주, 지금까지 행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이미 해외로 뜬 A를 직위해제하는 한편 B와 C를 파면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고지건수만 86건으로 이 중 55건·76억원은 납세자가 세금을 추가로 납부했지만 32건·79억원은 조세불복이 제기됐고 이 중 10건·10억원이 인용(납세자 승소)됐으며 나머지 건들은 불복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 의원은 국세청이 체납자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를 하면서 범죄혐의자에 대해선 관련 기관에 고발이나 협의없이 해외로 도주하도록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세청은 5000만원 이상 체납한 납세자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국세청 요청에 따른 출국금지 건수는 2013년 3706명에서 2017년 1만176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은 직원의 도주가능성이 있을 경우 수사 기관과 사전협의 및 구두고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해당 직원의 도주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며 "납세자는 5000만원만 체납해도 출국금지 요청을 하면서 자기 직원은 156억원 규모의 비위 사실이 있어도 출국금지를 못 시킨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자기 식구 감싸기'다. 비위공무원에 대한 출국금지 등 엄밀한 재발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