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피가로((Le Figaro)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및 프랑스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우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유럽 4개국 순방 첫 번째 국가인 프랑스를 방문, 유력지인 르 피가로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 포기 관련 신뢰 형성 계기 ▴북한 핵 포기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 ▴인권 개선과 남북 협력 전망 ▴프랑스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핵심 메시지 ▴한국의 대불 투자 ▴한반도 분단 해결을 위한 유럽 및 프랑스의 역할 ▴케이팝(K-pop)과 한국 문화의 성공 비결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시 북한 문제 관련 기대사항 등에 대해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신뢰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 "나는 세 차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며 "김 위원장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전략 변화에 대해서 올 4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해 핵 개발이 아닌 경제건설에 국가적 총력을 다한다는 정책적 전환을 단행한 점, 25년 핵 협상 최초로 남북,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점과 하나뿐인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폐기하는 등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실천한 점 그리고 평양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은 물론 발사대까지도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 폐기키로 한 점, 미국의 상응 조치 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등 추가적 조치 의향을 피력한 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 9월 방북 때 김 위원장이 세계 언론 앞에서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직접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비핵화는 이제 북한 내부에서도 공식화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국제 제재로 인해 실제로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핵화 합의를 어길 경우 미국과 국제 사회로부터 받게 될 보복을 감당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선 "먼저 북미 정상이 6.12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4가지 사항을 포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은 자신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성실히 계속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할 만한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정과 절차는 기본적으로 북미 양국이 직접 협의해 합의할 문제"라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선 남북간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종전선언'을 발표한다면 평화체제 구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적 교류 등도 상정가능하며, 향후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미 연락사무소 개소 및 대북제재 완화 등도 협의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그 궁극의 목표는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은 물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물질을 모두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데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1차 회담의 선언적 합의를 뛰어넘어 큰 폭의 구체적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곧 진행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기대가 큼을 피력했다.
북한 인권과 관련, 문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인권선언이 채택됐고 프랑스 혁명 인권선언은 제1조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상태로 평등한 권리를 지나고 태어나며 살아간다'고 규정했다"며 "이처럼 인권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자유와 권리다. 마침 올해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70년이 되었는바, 이제는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중시하며 국제사회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 북한과의 교류·협력 강화가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에 실효성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보고서에서도 최근 한반도 긴장완화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나도 그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목적을 묻는 질문엔 "프랑스와는 1886년 수교 이래 130여년 동안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고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핵심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고 있는 국가"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나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프랑스 방문 시 수립했던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심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한 "나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쌍둥이 취임'을 한 이래 국민의 권익과 복리 증진을 위한 변화와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혁신성장을 중점 추진하는 등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두 정상은 작년 7월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나 우의와 신뢰를 쌓았으며, 양국간 실질우호협력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함께 만들기 위한 긴밀한 협력체제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외교안보는 물론 교역과 투자, 교육과 문화 등 기존 협력 분야를 넘어 빅데이터·인공지능·자율주행기술 등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면서 4차 산업혁명·기후변화·환경·인권·테러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기반도 확충하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투자계획 등 경제 협력에 대한 질문엔 "프랑스는 EU회원국 중 우리의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교역 및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특히 프랑스의 경제력과 첨단기술 산업의 발달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정부가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제조업과 부동산업 투자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IT, 금융보험업, 전문기술서비스업 등으로 투자분야가 다변화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스타트업,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 확대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프랑스가 발표한 5개년 투자계획(570억 유로)에 따라 관련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이번 한-프랑스 정상회담 시 마크롱 대통령과 포괄적인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pop과 관련해선 "문화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며 자긍심 높은 프랑스에서 K-pop이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 감사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인은 '열정과 흥'이 넘치는 민족이며 '열정과 흥'은 세대를 아우르고 언어의 장벽을 허물며 모두를 하나가 되게 하는 공감의 힘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유럽을 포함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K-pop은 이러한 한국인의 '열정과 흥'의 발로라고 생각한다"며 "K-pop은 이러한 흥겨움을 안무, 연출 등 다양한 문화 요소를 겸비한 종합적인 예술로 승화시켜 한 곡 한 곡이 한편의 뮤지컬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K-pop은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 '인간애'를 주로 노래하고 있고 지구촌 시대에 한국인의 '열정과 흥'을 통해 국경을 넘어 서로 사랑하고, 언어를 넘어 서로 이해하고, 세계인 모두가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응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K-pop에 큰 관심이 있음을 보였다.
교황 알현 시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남북단일팀이 참가한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등에 이르기까지 중요 계기마다 남북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며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해 세계 앞에 섰기에 이제 국제사회는 북한의 어려운 결단과 노력에 화답해야 할 차례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은 이제 시작이며, 그 길은 쉬운 여정만은 아닐 것이므로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가 깃들고, 이러한 기운이 세계 평화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황님의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를 당부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한다면 매우 환영할 것이라는 뜻도 내게 밝혔는바, 그의 뜻도 교황님께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대통령 취임 후 최초의 프랑스 방문인 만큼, 프랑스 및 프랑스어권 국가 대상 우호 메시지를 발신하고 최근 남북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진전 사항 관련 이해 제고 및 지지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케이팝(K-pop), 한국어 등 한국 문화(K-컨텐츠) 관련 우호적 이미지 강화 및 홍보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의 의미를 전했다.
르 피가로는 1827년에 창간,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프랑스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로 발행 부수는 약 30만부에 달한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은 15일 조간 및 인터넷에 게재되어 프랑스는 물론 프랑스어권 국가에 보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