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9일 3차 남북정상회담 후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섰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국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계류 중인 '4·27 판문점선언'보다 '9·19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군사분야 합의서)'를 먼저 비준하기로 한 가운데, 각 선언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심의·의결하고 이날 오후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비준절차를 완료했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는 문본교환 방식이므로 북측과 문본 교환 후 효력이 발생한다.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대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진행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판문점선언보다 나중에 채택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가 먼저 비준을 통과한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체결한 공동선언이다. 선언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친척상봉 협의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추진 ▲비무장지대 실질적인 평화지대화 ▲단계적 군축 ▲불가침 합의 재확인·단계적 실현 ▲올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직통 전화 개설 ▲올해 가을 평양 정상회담 개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참고사항으로 '입법조치 및 예산조치에 대해선 2019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1차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선언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정부는 판문점선언의 경우 남북 경협사업 추진 등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있는 만큼 국회의 비준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준동의안을 비용추계와 함께 지난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남북관계 발전법 제21조 3항을 보면, 국가가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동의를 받으면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사항을 쉽게 바꿀 수 없고,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 또한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보험적인 성격도 가질 수 있게 된다.
반면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경우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성격도 있지만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선언"이라며 "이 문서에 담겨 있는 내용 자체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기 전 평양공동선언을 대통령이 비준한 사유로 "남북관계 발전법에 분명히 국회 동의를 요하는 두 가지 요건을 밝혀놓고 있다"며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입법사항이 필요할 때인데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이 전한 법제처의 판단에 따르면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강한 평양 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절차를 밟고 있기에 따로 국회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사분야 합의서의 경우도 국가 재정이 투입되거나 입법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평양공동선언은 우선 먼저 "남과 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평양선언의 주요 내용은 ▲연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 ▲서해 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산림분야 협력 실천적 성과 창출 ▲보건·의료분야 협력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이산가족 화상 상봉·영상편지 교환 ▲10월 중 평양예술단 서울공연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10·4 선언 11주년·3.1운동 100주년 행사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 영구 폐기 ▲美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폐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등이 핵심으로 되어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연습 중지 ▲군사분계선 동부 40km, 서부 20km 지역 비행금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및 남북공동유해발굴 ▲서해 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평양공동선언이 판문점선언 이후에 체결된 이행을 위한 후속 합의서란 정부의 주장에도 대해, 평양선언 내 포함된 '연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 서해 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산림분야 협력 실천적 성과 창출 등의 내용과 군사분야 합의서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거나 국가 안보상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이 또한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평양공동선언과 부속 남북군사합의서를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비준했다는 것은 국가 안전보장, 국가 안보에 심대하고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헌법 60조 1항에 명시된 사안을 대통령 독단에 의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국정운영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비판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까지를 야권 공조를 통해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헌법 60조 1항은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의 체결·비준에 대해 국회가 동의권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날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이행을 위한 합의서를 먼저 비준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일이고 본말이 전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월 평양공동선언이 4·27 판문점선언보다 더 구체적인 사업 협의를 담고 있다"며 "추상적인 판문점 선언에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고 평양공동선언에는 필요치 않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규탄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손 대표는 "문 대통령 스스로 비준 동의의 논리적· 법적 일관성이 결여된 자기당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진정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원한다면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철회하고 대통령이 직접 비준해야한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