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삼진어묵 대표.
추운 겨울엔 역시 어묵국물
찬바람 부는 겨울엔 따끈한 음식이 그립다. 종종걸음으로 길을 걷다 보면 모락모락 김 오르는 어묵에 절로 눈이 간다. 쫄깃한 어묵 한입 베어 물고 뜨끈한 어묵국물을 마시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사르르 녹는다. 어묵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국민 식재료다. 으깬 생선살에 소금 등을 넣고 만든 반죽을 익히고 응고시켜 만든다. 소화가 잘되고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몸에 좋다. 담백한 맛에 먹기 간편해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는다.
어묵의 본고장, 부산
흔히 어묵하면 부산, 부산하면 어묵이라고들 한다.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지만 그래도 부산만큼 어묵이 유명한 곳은 없다. 부산의 어묵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올라간다.
부산은 수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일본과도 가까워 일제강점기부터 어묵 공장이 생겨났다. 초기에는 일본인이 경영했지만 광복 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중심이 돼 중구 부평동과 영도 등지에 소규모 어묵 공장을 세웠다.
부산 어묵은 오랜 기간 쌓아온 제조 기술과 시설을 바탕으로 높은 생선살 함량 등 맛과 품질 모두 으뜸을 자랑한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랬듯이,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묵은 제아무리 뛰어나도 밥반찬이나 간식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다양화와 고급화가 이뤄지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소박했던 어묵의 화려한 변신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은 1953년 문을 연 삼진어묵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삼진어묵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어묵의 잠재력을 깨웠다. 지난 2013년 삼진어묵은 영도 본점에 국내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를 열었다.
◆…삼진어묵 부산역광장점 매장.
약방의 감초마냥 부재료에 머물던 어묵은 이곳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갓 만든 따끈한 어묵을 바로 맛볼 수 있고 고급 빵집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어묵 베이커리는 어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기 충분했다.
고급 연육과 채소를 넣은 기존의 어묵 외에도 콩, 가래떡, 단호박, 치즈, 연근, 버섯, 파프리카 등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만든 수제 어묵이 계속 출시됐다.
특히 어묵에 매운 고추, 새우, 치즈, 불고기, 고구마, 감자 등을 넣고 바삭하게 튀겨낸 어묵 크로켓은 삼진어묵의 시그니쳐 메뉴가 됐다. 어묵에 빵가루를 묻히고 종이 포장을 두르니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도 좋은 훌륭한 디저트가 된 것이다.
완성품 뿐 아니라 어묵을 만드는 과정도 고객들에게 공개해 위생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 직원이 똘똘 뭉쳐 5년간 노력한 결과, 삼진어묵은 2013년 매출액 82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92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야말로 어묵의 화려한 변신이다.
보고 만지고 맛보는 어묵…주말에는 어묵 체험도 가능
갓 튀겨내 따끈한 어묵은 풍미가 배가 된다. 삼진어묵은 베이커리에서 어묵을 고르고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을 공개하면서 아예 어묵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도 만들었다.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체험객이 줄을 잇는다.
◆…외국인 어묵 체험.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여행 코스로 찾는다. 주중에는 어묵으로 그림을 그리는 찐 어묵 만들기 체험과 어묵 반죽을 이용해 피자 어묵을 만들 수 있다. 주말에는 옛날 전통 방식대로 대나무에 반죽을 말아 그릴에 구워내는 구이 어묵 체험도 가능하다.
직접 만든 어묵은 물론 시식도 가능하다. 백 번의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맛을 본 하루의 추억이 더 오래가는 법. 어묵 맛 한 번 제대로 본 체험객들은 다시 삼진어묵을 찾는다.
겨울철 국민 간식 '어묵', 수출 효자 상품으로
오늘도 어묵은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한 날개짓을 계속 하고 있다. 어느덧 삼진어묵은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어묵 브랜드가 됐다. 부산에만 영도 본점, 부산역, 부산역 광장, 서면, 동래, 센텀시티, 동부산 등 7개 매장이 있다. 그 외 서울, 고양, 대전, 대구 등 전국적으로도 14개의 매장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제어묵.
일본에서 넘어온 어묵이 한국의 특산물로 해외 역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1인 시대에 발맞춰 한끼용 제품이나 캠핑용, 바, 컵 형식 등 새롭고 다양한 컨텐츠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어묵에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함께 있다. 어묵의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