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세청이 중견기업 사주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재산가 등 95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부자와의 전쟁'이라는 평가에 대해 적절하지 안하며 선을 그었다.
김 조사국장은 7일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세법상 성실납세 의무를 정당하게 이행하지 않은 대재산가들의 탈세 혐의에 대해서 정당한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지, 부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사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선 "중견기업 사주일가 그룹에 대해선 300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분석했고 부동산 재벌은 자산 1000억원 이상, 고소득 대재산가 그룹은 자영업자와 전문직종 같은 자수성가형 부자들로 100억원 이상 보유를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세청이 보기엔 이들이 혼자 생각해서 이런 탈루수법을 활용한 것 같지는 않고 전문가들 조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로펌 등의 자문을 구해서 거래구조를 설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연간 매출액 규모 1000억원 이하 중견기업들도 주기적으로 조사받으면 좋은데 이런 기업들은 10년에 한 번 조사를 받을까 말까"라며 "조사인력이 부족해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조사방식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대상자들의 탈세 규모에 대해선 "탈루혐의 금액은 내부적으로 산정해놨다. 해당 조사팀에 자료를 넘겼고 조사팀은 분석한 결과에 대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확인과정을 거친다"며 "다만 (탈세 규모를 밝히는 것은) 막상 조사해보면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아 이를 공개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함구했다.
조사대상자의 총 재산이 12조6000억원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불공정 탈세혐의가 큰 대자산가를 조사한다고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조사대상자들의 자산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공개했다"며 "비정기 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는 내부적으로 재산규모를 파악한다. 그동안에는 공개를 안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국세청이 납세자들의 재산정보를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세청이 금융재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자·배당소득의 경우 일부 자료를 통보받기도 하는데, 추정하려면 추정은 가능하다"며 "(정확한 금융재산 정보는) 세무조사에 착수해야만 그 과정에서 금융정보를 요구해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문일답 전문]
Q. 부자와의 탈세전쟁을 벌이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나?
= 부자와의 탈세전쟁이란 표현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대재산가라면 경제적인 부담능력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법상 성실납세 의무를 정당하게 이행하지 않은 대재산가 그룹의 탈세 혐의에 대해서 정당한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지 부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표현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대재산가 기준에 대해선 세 개의 그룹이 있다. 중견기업 사주일가 그룹에 대해선 300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분석했고 부동산 재벌은 자산 1000억원 이상, 고소득 대재산가 그룹은 자영업자와 전문직종 같은 자수성가형 부자들이다. 이런 분들은 1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해서 분석해서 탈세혐의 큰 분들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Q. 이들이 대기업 사주들의 탈세수법을 모방했다고 하셨는데, 브로커가 있었다고 보나?
= 국세청이 보기엔 대재산가 분들이 혼자 생각해서 이런 탈루수법을 한 것 같지는 않고 전문가들 조력이 있었던 것 같다.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로펌 등의 자문을 구해서 거래구조를 설계했던 것 같다.
다만 브로커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세무대리인들인데 이들에 대해선 평소에 정기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부정한 방법을 통해 탈세를 부추기거나 조장해 조세포탈에 해당되는 증거를 확인한 경우에는 비정기 조사도 하고 있다.
Q. 과거 통상적인 세무조사와 이번에 하는 불공정 탈세 세무조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과거에는 국세통합시스템(TIS)으로 납세자 신고자료와 외부에서 제출한 과세자료 등을 수집해 자료를 구축해 분석에 활용했다. 하지만 1997년에 만든 시스템이다보니, 속도도 느리고 정교하게 구축이 안되어 있어서 부정확한 측면이 많아 수동분석을 해왔다.
지난 2015년 이후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를 구축한 이후에는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분석기법을 활용할 수 있게 돼서 정보분석 툴을 개발해왔다. 해외에서 대재산가들이 활동한 흔적 등 각종 정보들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내부적으로 축적한 자료와 비교해서 조사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번 조사가 과거보다 강력하게 했다기보다는 종전에 해왔던 통합 세무조사는 납세자 권리 보호도 중요해서 국세기본법과 조사사무처리규정 등을 준수해서 조사선정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숨은 대재산가들의 탈세를 입증하기 위해서 개별사업체 하나에 대해서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관련 기업간 거래 총체적으로 접근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관련 기업 선정 범위 넓혔다. 그런 의미에서 조사범위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Q. 조사대상을 선정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숨은 대재산가'를 테마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6개월 정도 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분석해서 선정된 분들을 1차적으로 조사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조사방식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Q. 중견기업 사주가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됐는데, 평소에 중견기업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나.
= 조사인력이 부족해 조사비율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 국세청 입장에선 제한된 조사역량을 보다 탈루혐의가 더 높은 납세자를 중심으로 선별해서 집중하는 것이당연하다. 연간 매출액 규모 1000억원 이하 중견기업들도 주기적으로 조사받으면 좋은데 이런 기업들은 10년에 한 번 조사를 받을까 말까이다. 사실상 탈세를 해도 일정수준만 신고하면 정기조사 대상 선정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다. 비정기로 조사하는 경우는 있지만 규모가 적은 중견기업은 주기적으로 감증받을 기회는 적다. 이를 보완하고자. 오랫동안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분들에 대해선 이번에 착수한 방식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95명에 대해서 조사한다고 탈세를 다 추징할 수 있는 것 아니다. 국세청에서 이런 접근하겠단 것을 알림으로써 이 분들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고자 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Q. 조사인력을 확대해서 중견기업을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닌지?
= 정치권에서도 계속 지적하는데 국세청은 정부부처 중 하나이고 국세청이 인력 증원을 할 수 없다.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받아야만 인력 증원이 된다.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조사비율 높여야 해서 증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Q. 조사대상자들의 탈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드러나서 95명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당연히 탈루혐의 금액은 내부적으로 산정해놨다. 해당 조사팀에 자료를 넘겼고 조사팀은 분석한 결과에 대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확인과정을 거친다. (탈세 규모를 밝히는 것은) 막상 조사해보면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아 이를 공개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Q. 조사대상자의 총 재산이 12조6000억원이라고 밝히셨는데, 이를 공개한 이유는?
= 불공정 탈세혐의가 큰 대자산가를 조사한다고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조사대상자들의 자산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공개했다. 분석을 통해서 비정기 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는 내부적으로 재산규모를 파악한다. 그동안에는 공개를 안 했을 뿐이다.
다만 국세청이 납세자들의 재산정보를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재산정보는 가지고 있는데, 시가를 평가해야 하는데 시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공시가격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에 의해 평가하기 때문에 시가보다는 낮다.
금융재산의 경우 국세청이 금융재산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금융정보를 요구해서 받을 수 있다. 또 이자·배당소득의 경우 일부 자료를 통보받기도 하는데, 추정하려면 추정은 가능하다. 금융자산 상당수는 국세청이 포착을 못하고 있다.
Q. 조사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 조사결과는 개별기업마다, 납세자 협조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 납세자가 자료를 제 때 제출안하면 조사기간이 연장된다. 통상 6개월 이내에는 대부분 종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