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취임식에서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얼미터가 진행한 이미선 헌재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5일 간격의 상반된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19일 이 후보자 임명을 결재한 가운데 18일 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여연)가 모집단을 크게 늘려 진행한 비슷한 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60%를 넘었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일부 여론조사 기관의 정치적 목적을 둔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2일과 17일 두 차례 이미선 헌재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2일 cbs 의뢰로 한 이 후보자 적격성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p·응답자 19세 이상 성인 504명)에서는 '적격'이 28.8%, '부적격'이 54.6%였다. 5일 후인 17일엔 tbs 의뢰로 다시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p·응답자 19세 이상 성인 501명)했더니 '찬성' 43.3%, '반대' 44.2%로 비등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임명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닷새만에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급변한 것이다.
리얼미터의 두 차례 여론조사가 야권에서 논란이 일자 여연은 18일 같은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연은 해당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2.43%p·응답자 19세 이상 성인 1624명)에서 '적임자가 아니다'는 응답이 63.6%,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30.8%로 임명 반대 여론이 두 배 이상 높았다고 19일 밝혔다. 때마침 중앙아시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우즈베키스탄에서 이 후보자 임명을 전자결재했다.
리얼미터의 두 차례 조사와 여연의 임명 직전일 마지막 조사가 이처럼 판이하게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응답자 수와 질문 내용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는 이미선 헌재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12, 17일 여론조사 결과, 5일 사이에 이 후보자 임명을 찬성하는 여론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료는 리얼미터가 제공한 두 차례 조사 결과를 양자 비교한 것. (그래픽=조혜미)
리얼미터의 조사들은 각각 12일 501명, 17일 504명을 대상으로 했다. 두 조사 모두 1만여명에게 접촉했으나 500여명만 응답했다. 반면 여연의 응답자는 이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624명이 대상이다. 1600여명의 응답도 모집단으로 충분치 않은데, 500여명의 의견을 국민 여론이라고 확언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여론조사 업계 한 관계자는 "모집단을 늘리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쓰는 여연 조사가 도리어 정확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리얼미터는 두 차례 조사에서 질문 뉘앙스도 바꿨다. 두 번째 조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 질문에 '문 대통령이 임명을 원한다'는 뉘앙스를 집어넣은 것이다.
12일 조사 문항은 '최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미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17일엔 '여야 정치권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 자체에 대한 질문에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항이라는 첨언이 두 차례 개입됐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다른 두 가지의 질문을 놓고 마치 동일 선상에서 질문을 던진 뒤 여론이 바뀐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왜곡된 여론을 내놓는 해당 기관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정도면 다른 여론 조사로 봐도 된다"면서 "응답자 입장에서 처음 조사는 이 후보자에 대한 판단만 묻는 것으로, 두 번째 조사는 문 대통령이 잘 하느냐, 지지하느냐고 묻는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판에 리얼미터는 19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미선 인사정국'에서 여야와 언론의 대립 지점은 지난 주말을 경과하고 특히 16일에 있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기점으로 적격성에서 임명 여부로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이 후보자의 '자격'에서 '임명'으로 정치권의 대립 지점이 바뀌고 언론 역시 임명을 둘러싼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리얼미터가 임명 찬반으로 질문한 것이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리얼미터의 자세한 두 차례 조사 결과 및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연의 조사는 자체 여론조사로, 자세한 결과 및 내용은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