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맞아 獨 FAZ 기고…"남북문제, 이념과 정치로 악용돼선 안돼"
"신한반도 체제, 수동적 냉전질서에서 능동적 평화질서로 전환"
"판문점·평양선언, 평화정착 첫 단추…남북 적대행위 중단 약속"
◆…文대통령, 獨 FAZ에 기고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자이퉁(FAZ)'의 요청에 '평범함의 위대함-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라는 주제로 기고했다. 국무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이제 남북문제는 이념과 정치로 악용돼선 안 되며, 평범한 국민의 생명과 생존 문제로 확장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기고문에서 "남북은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바로 항구적 평화"라며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평화를 넘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기고는 FAZ 출판부측이 2019년 기고문집 '새로운 세계질서'(가제)에 문 대통령의 기고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고문은 '평범함의 위대함-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라는 주제로 작성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전역에 오랜 시간 고착된 냉전적 갈등과 분열, 다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해체돼 평화와 공존, 협력과 번영의 신질서로 대체될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신(新)한반도 체제라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반도 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대전환을 의미한다"며 "남·북이 비무장지대를 경계로 나눠진 후 한국은 대륙과 연결이 가로막힌 섬 같은 존재였는데, 새 질서를 만드는 것은 연륙교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제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일은 국민들이 휴전선 그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평범한 사람의 상상력이 넓어진다는 것은 이념에서 해방된다는 뜻으로, 국민의 상상력도, 삶의 영역도, 생각의 범위도 훨씬 더 넓어져 그간 아프게 감내해야 했던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반도 체제는 수동적인 냉전질서에서 능동적인 평화질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과거 한국 국민은 일제강점과 냉전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이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한국전쟁 이래 남한 땅으로 처음으로 넘어온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며 "우리는 그곳에서 서로 간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동시에 동북아에 심어진 냉전 구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며 "전후처리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의사와 다르게 분단과 비극적 전쟁을 겪어야 했다. 이때 한미일의 남방 3각구도와 이에 대응한 북중러의 북방 3각구도가 암묵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냉전구도는 1970년대 데탕트와 1990년대 구소련 해체,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으로 상당부분 해소되었지만, 아직 한반도에서만은 그대로"라며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은 작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통해 서로 간의 적대행위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의 첫 번째 단추를 채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는 비핵화 문제와 함께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미대화가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이뤄내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면 비로소 냉전체계는 무너지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계가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며, 신한반도 체제는 평화경제"라며 "평화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평화를 더 공고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경제교류 활성화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유라시아의 경제회랑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저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모델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동북아 에너지·경제 공동체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 공동체는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경제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신북방정책은 유라시아와의 경제협력 물꼬를 트는 것이고, 신남방정책은 한반도가 아세안, 서남아시아와 함께 새로운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민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이러한 힘은 마지막 남은 냉전체계를 무너뜨리고,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봄은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베를린 선언'에 이어 2017년 7월 촛불혁명 열망을 담아 베를린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얘기했다"며 "당시 많은 사람은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낫다'고 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였다"며 "무언가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 열망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겨울을 뚫고 봄의 새싹이 올라오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큰 꿈을 이야기해야 했다"면서 "국민들과 함께 이룰 수 있는 큰 꿈이어야 했다"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북한을 향해 '쉬운 일부터 하자'고 하며 평창올림픽 참가,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상호 적대행위 중단, 남북간 대화와 접촉 재개 등 4가지를 제안했다"며 "놀랍게도 2년이 지난 지금 이 4가지는 모두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남북화해를 토대로 동북아 평화의 촉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근현대사는 도전의 역사였다"며 "그 역사의 물결을 만든 이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위기마다 함께 행동했고 '잘살고 싶지만 혼자만 잘살고 싶지는 않다', '자유롭고 싶지만 혼자만 자유롭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모여 역사의 힘찬 물결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가 제도나 국가 운영의 도구가 아니라 내재적 가치"라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민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존중되고 보완되며 확장되고 있다"며 "제도적이고 형식적인 완성을 넘어 개인의 삶에서 일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실천되고 있다. 평범함의 힘이고, 평범함이 쌓여 이룬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한국 정부는 촛불혁명의 염원으로 탄생한 정부"라며 "평범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정의로운 국가의 책임과 보호 아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촛불혁명이 염원하는 나라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범함이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못지않게 정의와 공정이 뒷받침되어야한다"며 "무한경쟁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의와 공정이 더 보편화 된 질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의와 공정 속에서만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정의와 공정으로 세계는 성장의 열매를 골고루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두에게 권한이 주어지고 의무가 싹트며 책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FAZ에 기고한 사례는 1998년 김영삼 대통령의 '21세기를 위한 아젠다-도전으로서의 미래',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21세기를 위한 아젠다-새로운 시대를 향한 길, 정치와 경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자의 말'과 2013년 이명박 대통령의 '변혁의 시대'에 이어 5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