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인영 의원이 손을 맞잡아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재현 선관위원장, 김태년 후보, 이해찬 대표,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 홍영표 전 원내대표, 노웅래 후보.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에 3선의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이 당선됐다.
이인영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125표 중 76표를 얻어 49표를 얻은 김태년 의원을 누르고 여당 원내사령탑이 됐다.
이 의원은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의 대표주자이자 '김근태계'로 분류된다. 표결 전까지 유력 주자였던 김태년 의원은 친문 핵심이자 이해찬 대표 최측근이다.
김태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이 의원과 함께 결선에 올랐으나 2차 결선투표에서 이 의원에 27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총 투표 125명 중 이 의원이 54표, 김 의원이 37표를 얻어 결선에 올랐다. 노웅래 의원은 1차 투표에서 34표를 얻는데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다.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길거리 투쟁을 주도하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 격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당내 86그룹뿐만 아니라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자신이 핵심 멤버로 있는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 정책연구 모임 '더좋은미래'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제가 아니라 우리 당 의원들 128명 전체가 (야당과)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겠다"며 "늘 지혜를 구하고 우리 당 의원총회가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집단사고에 근거해 협상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라는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듯 원내대표로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이겠다고도 했다.
그는 "제가 '고집이 세다'는 평을 원내대표를 하면서 완전히 불식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 까칠하다는 평가는 저도 따끔따끔하다"며 "원래 제가 따뜻한 사람인데 정치를 하면서 제 천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늘 속상했는데 의원들이 주신 지지와 성원을 통해 다시 원래 따뜻했던 제 마음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친문핵심이자 이해찬 대표 최측근으로 힘을 얻던 김태년 의원이 아닌 이 신임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는 공천이나 선거구 통폐합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이해찬 대표가 초계파적으로 공정한 '시스템 공천'을 약속하고 있으나 청와대 수석비서와 비서진 출신, 전직 장관들이 대거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친문핵심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비주류가 공천 심사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구제 개편안대로 지역구 의석 28곳이 통폐합으로 사라지면 당내 기반이 약한 비주류가 희생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4.3 보궐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했으나 내년 총선 압승을 장담해온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친문 그룹의 입지가 지금보다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여당의 세력 싸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할 조짐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신임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그의 당선 인사처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갈등의 정점에서 원내대표에 앉은 만큼 한국당을 설득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민생입법 등을 처리하는 문제 등 쉽지않은 과제를 맡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