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화웨이 아너20
미국 정부의 거래 중지조치가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기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기술수출을 제한하는 목록(entity list, 일명 블랙리스트)에 추가함으로써 완전한 봉쇄에 나섰다.
이로 인한 조치의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지난 주말 구글은 화웨이의 서비스 접근을 일시 중단시킴으로써 필수적인 AOSP(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 운영체제 등)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플레이스토어나 다른 구글 실행 서비스는 금지됐다.
며칠 전 화웨이는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칩과 부품을 3개월분을 비축했다고 발표했지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지난 21일 아너20(Honor 20)과 20프로가 공개는 됐지만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날 메이트20 프로(Mate 20 Pro)가 안드로이드 10Q베타 프로그램에서 배제된 것은 향후 중요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중요 OS(운영체제)와 보안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이어 22일에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회사인 영국 ARM이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기린(Kirin) 프로세서도 코텍스(Cortex) CPU와 말리(Mali) GPU 모두 ARM 기반이고 5G(5세대) 통신 칩에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사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대만의 TSMC가 화웨이 칩셋을 계속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현재 주력인 메이트20용 기린 985 칩셋이 이번 금지조치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한숨 돌릴 수는 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 미국이 정한 90일 내에 무역협상이 타결되고 블랙리스트에서 제외시킨다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며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미국에서 생산되는 하드웨어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향후 상황은 더욱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금지령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사업은 상당히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퇴출될 수도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차질하게 되면 시장 여건상 회복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일부 부품을 자국 내 기업에서 조달할 수도 있지만 모든 부품을 교체하기는 어렵다. 영국통신사 EE는 오는 30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최초로 5G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는 배제됐다.
영국 통신사 보다폰(Vodafone)도 메이트20X(5G) 예약판매를 일시 중단했으며 일본 통신사업자인 KDDI, NTT도코모, 소프트방크 역시 화웨이폰 출시를 연기시켰다.
심지어 SD카드 기술 표준화를 위한 기술 기업 모임인 SD 협회(SD Association)에서까지 축출돼 마이크로SD 슬롯이 장착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수 없게 됐다. 도시바가 제조해 공급하는 자체 NM카드 형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저 출하가 중단됐다.
파나소식, 인텔, 자일링스, 브로드컴의 부품공급이 중단된 것은 물론 메모리 공급업체인 인피니온도 이에 가세함으로써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C사업에까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일부일 동안 발생했다.
화웨이 뿐만 아니라 화웨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사업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 특히 5G 장비를 구축해야하는 통신사들 역시 예상치 못한 피해가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