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대통령 법적 권한을 국회서 정치적 합의한 것 유감"
靑 강력반발에 민주당 지도부 당황 "27일 결정하겠다"
한국당 "간사간 합의 번복은 있을 수 없는 일...청문회 안하겠다는 것"
이낙연 "의혹, 생각지도 못했다...청문회 결과 보고 생각 정리할 것"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산현대빌딩으로 출근하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사진=더픽트)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 간사간 합의로 내달 2~3일 열기로 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청와대가 '대통령 법적 권한 침해'라며 강력 반발해 청문회 개최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송기헌·한국당 김도읍·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등 여야 간사는 26일 오후 회의를 통해 내달 2~3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그러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합의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늦었지만 청문회 일정이 잡혀 참 다행이다"라면서도 "일정 합의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8월 30일까지의 청문회 법적 일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수석은 이어 "특히 9월 3일은 대통령이 추가 송부기간으로 지정할 때만 법적 효력을 갖는 날"이라며 "대통령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을 국회에서 정치적 합의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청문회 법적기간은 내달 2일까지로 되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강 수석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9월 3일은 법적으로도 청문회 일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2일까지 청문회 일정과 결과가 끝나면 3일부터 13일까지 10일 동안 청문보고서 추가 송부 일정을 줄 지를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합의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법에 근거해서 해야지 어떻게 법에 있지도 않은 날을 합의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국회가 왜 정치적 합의로 하는 지 이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강한 불만 표출에 민주당 지도부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 합의는 여야 간사들이 각 당 원내대표의 결정권을 위임받아 회의에 나섰고 일정을 합의한 것이어서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생각을 해 보겠다"며 "제 원칙이 있었다. 최대한 유연해질 수 있는 것인지, 원칙을 지켜야하는지 고통스럽다"며 일단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도 "법정기한을 준수하라는 게 첫째 목표였는데 내달 2~3일로 합의한 것에 대해 이 원내대표가 격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일 아침 긴급히 원내대표단을 소집해서 수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합의 파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대해 김도읍 한국당 간사는 "상임위의 인사청문회 일정은 여야 간사간 합의사항"이라며 "이를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서 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당초 '3일 청문회'를 주장하다 청문회를 해야겠기에 '이틀'로 합의를 본 것인데 민주당이 번복한다면 이는 큰 문제"라며 "결국 우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청문회를 하기 싫어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 후보자 지명철회를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인사)청문회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며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제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밝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권내 복잡한 기류를 드러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조 후보자 관련 의혹들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사전에 전혀 몰랐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총리는 특히 조 후보 딸을 둘러싼 '제1저자 논문 의혹' '황제 장학금 의혹' 등 논란에 대해 "동년배 학생들이 가졌을 실망감이나 분노에 저도 아프도록 공감하고 있다"며 "공정한 사회를 기대했던 국민들도 많은 아픔을 겪고 계실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거기에 대고 '이게(의혹이)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검증과는 별개로 우리 학생들이 이미 받았을 상처는 정부에게는 또 다른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 후폭풍에 대한 염려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결을 달리 하는 것으로, 향후 조 후보자 임명을 두고 여권내 갈등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