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말 구입비·영재센터 후원금→1. 2심 뇌물 인정 엇갈려
경영권 승계 현안 인정시 이재용 파기환송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29일 오후2시 내려질 예정이다. 각 사건 항소심에서 뇌물인정액수가 엇갈려 이날 선고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한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최순실씨의 항소심과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뇌물 액수를 각기 달리 판단했기 때문에 엇갈린 부분의 상고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1심과 항소심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34억원)'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의 뇌물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은 최씨에게 말 세 마리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말 구입비를 삼성이 건넨 뇌물로 봤다.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역시 1심과 달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총 80억여 원이 뇌물 액수로 인정됐다.
반면 이 부 회장의 항소심은 이 부회장의 1심 및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 판결과 정반대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말 세 마리의 구입비용과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보지 않고 최씨가 설립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원만 뇌물 액수로 인정됐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말의 실질적인 소유권에 대한 인식이 있었더라도 형식적인 소유권은 삼성에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뇌물액이 1심의 89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 여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경영권 승계 현안을 부정함에 따라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금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경영권 승계 현안이 존재했다고 다시 인정한다면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원에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이 더해져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50억원을 옷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상고심에서 말 구입비 34억원이 뇌물로 인정돼 합쳐질 경우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는 86억원에 이르게 된다. 영재센터 후원금을 제외한 말 구입비만 뇌물로 인정된다 해도 뇌물 액수는 70억원을 훌쩍 넘는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재구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밖에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이 부회장의 형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은행에 허위 지급신청서를 제출해 회삿돈 37억원을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죄를 범했을 경우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 재산을 국외에 은닉 또는 처분했을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것이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은 29일 오후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선고된다. 이날 선고는 TV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