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전 IAEA사무차장,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서 밝혀
"北중단거리미사일, ICBM보다 훨씬 실질적 위협, 이미 임계치 넘어"
"풍계리 폐쇄, 미·북 합의 실패 대비한 추가 핵실험 준비 시작했다"
"IAEA, CTBTO 등 어떤 기구도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할 것"
◆…하이노넨 前 IAEA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1일(현지시간) VOA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중단거리미사일이 ICBM보다 훨씬 실질적인 위협이며 북한은 이미 그 임계치를 넘었다"고 주장했다.(사진=VOA 캡처)
북한 핵 역량은 실험이 불필요한 단계에 이르렀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1일(현지시간) 평가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북한의 중단거리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훨씬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북한은 이미 그 임계치를 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1, 2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20여 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역량'과 관련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마지막 대규모 핵실험을 제외하더라도 북한은 이전 실험을 통해 ICBM 탑재용 핵무기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여기에는 안정된 ICBM 기술을 갖추는 문제가 따르고, 북한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정말 걱정하는 건 미국이 우려하는 ICBM보다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최대 1톤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수백 킬로그램 수준"이라면서 "이 부분에서 북한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고 미국을 겨냥하는 ICBM만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어려운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어느 정도나 되돌릴 수 없도록 폐쇄됐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어떤 전문가도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모든 터널에 붕괴됐는지 여부를 모르고, 또 한가지 가능성은 새로운 터널을 뚫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실험을 하려면 많은 관측 설비들이 필요한데, 이런 제어시스템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며 "주변 건물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현장은 플루토늄 오염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그곳을 완전히 내버려둘 순 없다. 이렇게 폭발력 등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장비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다른 장소가 예비 가능성'을 묻는 물음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다른 곳에 만들 수 있다. 현지엔 산이 많고, 용도가 불확실한 많은 터널들이 뚫려 있다"면서 "특정한 곳을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예비 장소(spare site)'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중요한 건 터널과 계측 장비들이지 건물들은 어디든 지을 수 있다"면서 "풍계리에 있던 계측 장비들의 행방이 중요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북한은 이런 모든 것을 계획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애초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을 내렸을 때, 진작부터 미·북 합의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추가 핵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해도 놀라울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또다시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용할 경우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 핵실험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났고 마지막 미·북 회담이 끝난 뒤에도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시간은 충분했다"고도 했다.
'IAEA등에서 혹시 그런 의심을 갖고 제2의 핵실험장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는지' 여부를 묻는 물음엔 "예비 장소가 있을 경우 이를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에는 많은 굴착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모든 광산과 터널을 다 주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CTBTO(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혹은 다른 어떤 기구도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인적정보나 통신정보에 의존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공개적인 핵실험이 아니고도 비밀리에 핵 역량을 진전시킬 수 있지 않냐'는 물음에도 그는 "실제 핵폭발 실험에 앞서 모의실험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파키스탄과 인도는 이미 20여년 전에 핵 보유국이 됐고 핵무기도 100개 이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난 수십년 동안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었다. 북한도 마찬가지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