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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⑨ -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관료마케팅의 위력(偉力)(1)

조세일보 / 이종열 박사(법무법인 광장 고문) | 2020.01.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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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같은 깃털의 새들은 함께 모인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다.

동종애(同種愛) 원칙(Homophily Principle)이라는 것도 있다. 이종애(異種愛) 원칙(Heterophily Principle)의 반대개념이다. 사회적 지위나 직업, 성향이 비슷할수록 사람들은 서로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상대적으로 많이 상호작용하며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네트워크는 제도화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여 동질성을 더욱 증가시키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동조(conformity)는 왜 발생할까? 환경의 불확실성, 위험의 회피, 동반자의 부재 등 다양한 답이 가능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이질성보다는 유사성을 선호하는 인간의 기본 속성과 연관을 지어서 설명할 수 있다. 유유상종과 같은 맥락으로 소통 이론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만큼 이질집단을 배척하는 나라가 있을까? 우리는 자기와 이질이면 일단 배척을 하고 보려는 경향이 높다. 같은 학교나 같은 고향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같은학교 출신이거나 같은고향 출신끼리라면 무조건 동조심리가 발동하는 것일까?

영남, 호남이 동향이라고 하여 그리고 수 백 년, 수천 년 전의 시조가 같다고 하여 무조건 모이고 뭉치자는 향우회, 종친회 모임 등에, 이념을 같이 하는 진영이라 하여 인간의 기본적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무조건 자기편을 옹호하는 슬픈 현상들, 이런 풍토에서 과연 공정과 정의와 합리가 작동할 수 있을까? 

옛날 우리 사회는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사회였다. 관을 거슬리고는 살 수가 없었다.

오늘날은 어떨까? 많이 변했다. 그렇다고 지금은 민(民)이 주도하는 사회로 변하였는가? 아니다. 여전히 관(官)이 주도하는 사회이다. 한 번쯤은 되짚어 볼 문제이기도하니 여기에서 이야기로 삼아보자.

생각해보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의 정책방향, 정부의 입장을 타진해 보지 않고 그냥 맘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규제의 거미줄이 사방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여러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고(申告)를 보자. 신고의 법적 의미는 그저 정부에 신고만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할 일은 그저 신고를 접수하는 것이다. 사전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할 수 없다. 물론 사후 점검은 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회사에서 어떤 신고서를 그저 접수만 시키고 만세(?)를 불렀다고 해보자. 법대로 했으니 잘했다고 칭찬을 받을까? 아니다, 오히려 상사로부터 당신은 너무 순진하다고 질책을 받을 수 있다.

왜 그럴까? 신고라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사전에 정부의 입장을 미리 타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사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순수 민영기업들이 어떤 중요한 결정이나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정부의 입장을 타진하는 이유다.

대정부 문제를 다루는 대형법인이라면 이 점을 잘 안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기의 법해석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해석이 아무리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입장을 사전에 타진해보지 않아 후에 큰 낭패를 본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직은 항상 관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래야 수시로 그들을 편히 접촉하고 상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유유상종의 벽이 크기 때문이다. 관료는 관료끼리가 잘 통하는 법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관(官)의 입김을 무시하고 살 수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관의 의도나 입장을 무시하고 맘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로펌이든, 회계법인이든, 변리법인이든, 세무법인이든, 관세법인이든, 거의 모든 전문가 조직에는 대정부 관련 자문사건들이 쉴 새 없이 몰려 든다. 특히 모든 부처와 관련이 있는 로펌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문제들을 잘 처리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려면 사전에 관료들의 입장을 알아보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전문가들을 쉽게 만나줄까? 또 만난다고 시원한 답변을 해줄까?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끼리끼리 문화(?) 즉, 앞에서 말한 이질성 때문이다.

전문직 법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직 공무원을 채용하여 활용할 수밖에 없다. 동종애 원칙(Homophily Principle, 유유상종 원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현직 관료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동고동락을 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과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언어가 같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도 서로 잘 안다. 따라서 상호접근과 의사소통이 쉽다.

이들은 과거에 각종 법규, 고시, 훈령 등을 입안하고 해석하고 집행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 부서의 법규해석과 그 역사적 배경 등을 꿰뚫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 관료들이 어떤 해석과 어떤 법집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이들은 심지어 징계규정들을 피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 따라서 무리한 부탁도 하지 않는 지혜가 있다. 설사 무리한 부탁을 하게 되더라도 현직 공무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온갖 조치를 강구한다. 물론 전문직 법인들이 그런 부탁을 할리는 만무하지만 말이다.

이런 목적으로 대형 전문직 법인들은 거의 모든 정부부처에서 우수공무원을 모셔 온다. 특히 고위직 관료출신이 많다. 기업이나 민생 관련 이슈가 많은 부처가 인기가 높다.

예를 들면,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식약청, 관세청 등이다. 전문직 법인들은 고객들에게 이들을 앞세워서 대정부 능력을 과시하여 일감들을 수임한다. 전직 관료들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명명(命名)해 온 '관료마케팅' 기법의 하나이다. 

정부에서 이름을 날리던 공무원이 퇴직하면 영입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미리 입도선매(立稻先賣)해 놓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우수한 관료라도 미래가 100%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니 이 점을 이용, 그들을 암암리에 예약해 놓는 것이다.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퇴직 후 곧 바로 대형법인 등으로 출근할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 등이 이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후라야 취업이 가능하다.

또한 전직공무원들의 활약도 예전만큼은 활발하지 못하다. 청탁금지법과 각 부처의 내규 등이 공무원들의 외부접촉 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좀 변했다고 해서 전직 공무원들의 용도가 크게 줄었을까? 아니다. 전직 관료는 여전히 대형법인들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관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다.

전직관료의 용도는 이밖에도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홍보효과이다.

전직 공무원들은 기업체 등 인맥이 아주 넓다. 정부에 있을 당시 기업인들과 접할 기회가 많고, 문제를 잘 해결해 준 인연도 있을 수 있다. 

수혜 기업들은 당연히 나서서 다른 기업들에게 이들을 추천해 주고 기회 있을 때마다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악연(惡緣)도 있을 것이다. 악연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그 전직관료들을 매도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기업인들은 영리하다. 입을 다물어 주는 것이 예의이고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 관료들이 현직을 만나서 자신들에 대해 욕(?)을 해 댄다면 누가 손해이겠는가?

또한 전직 고위 관료들은 많은 관료 출신들 중에서 특별히 자기들을 영입해 준 법인에 대하여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외부의 저명인사들에게 소속 법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에 대한 마케팅치고 이보다 더 효과적인 마케팅이 있겠는가?

현실이 이렇다보니 옳고 그름을 떠나 대형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 관세법인, 변리법인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직 우수 관료들을 선점(先占)하기 위하여 오늘도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民) 주도형사회가 속히 도래해 주길 빈다. 또한 같은 진영이라면 양심까지도 내팽개치고 무조건 옹호만 하는 답답한 문화가 사라지길 빈다.

"어떤 인간 부류는 인간이 아닌 것까지도 포함한다. 예컨대 당신의 가족이라는 부류에는 머나먼 타지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개나 고양이가 포함될 수도 있다." - 데이비드 베레비(우리와 그들, 무리 짓기에 대한 착각)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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