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조세조약 적용의 전제가 되는 수익적 소유자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수익적 소유자는 해당 배당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 등이 없는 사용·수익권을 가지는 경우를 뜻한다'라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독일에서 설정된 공모·상장 펀드가 내국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적용되는 원천징수세율에 대한 것이다.
한·독 조세조약에서는 독일 거주자인 '법인'이 내국법인으로부터 받는 배당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독일 법인이 배당을 지급하는 내국법인의 자본의 일정비율 이상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독일 법률상 계약관계인 펀드는 재산을 직접 소유할 수 없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인 원고가 펀드를 대신하여 내국법인의 주식 100%를 취득하고 배당을 받았다.
과세당국은 배당을 받는 수익적 소유자는 독일 법인이 아닌 펀드이고, 또한 펀드는 내국법인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조세조약상 낮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반면 납세자는 원고가 내국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으므로 조세조약상 낮은 세율의 적용요건을 충족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 법인을 배당금의 수익적 소유자로 판단하였다. 원고가 지급받은 배당금을 펀드의 일반투자자 등 타인에게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은 채 수익적 소유자로서 그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향유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조세조약상 낮은 원천징수세율의 적용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았다.
과거 조세조약을 이용하여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 소득의 실질귀속자 개념을 적용하여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하여 왔다. 직접 투자하여 소득이 발생하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데,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에 명목상의 회사를 끼워 넣어 투자를 하는 경우 조약상 낮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어 왔다.
한편 조약에서는 조세조약의 적용요건으로 수익적 소유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적 소유자도 조약을 이용하여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줄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소득을 받아서 단순히 전달해 주는 자에게까지 조약상의 혜택을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익적 소유자와 과거 판결에서 인정되었던 실질귀속자가 어떻게 다른 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최근의 판결들로 이 둘의 관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정리되었다. 조세조약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여야 한다.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는 다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가려 조세조약의 적용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번 판결은 수익적 소유자의 판단기준을 분명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는 실질귀속자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위 판결에서는 '원고는 펀드와 함께 하나의 집합투자기구로 기능하였고'라고 기재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구체적인 의미는 분명하지 않으나 조세회피가 없었다고 본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실질귀속자를 더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세법에서는 펀드와 같은 국외투자기구에 대한 실질귀속자 특례 규정을 신설했다. 개정된 세법은 "국내원천소득과 관련하여 법적 또는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고 그 소득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등 그 소득에 대한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를 실질귀속자로 정의하였다.
연기금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요건에 관계없이 실질귀속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펀드 등 국외투자기구와 관련한 법원의 실질귀속자 판단이 해당 규정의 신설 이후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두3521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