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취득가 간주제도'도 확대 방침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A씨는 지난해 6월 B씨로부터 아파트 한 채를 샀다.
A씨가 매매한 실제가격은 2억3000만원. 그러나 취득가를 적게해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매수시 내야하는 5.8%(2004년 당시 세율)에 이르는 취득세·등록세를 일부 아낄 수 있다는 말에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A씨가 산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1억8000만원이었다. A씨는 계약서를 이 기준시가대로 작성할 경우 그 차액인 5000만원에 해당하는 취득·등록세를 아낄 수 있고, 또 다시 아파트를 팔더라도 기준시가대로 과세되기 때문에 양도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말에 주저없이 계약서를 썼다.
그러던 중 A씨는 사정이 생겨 올해 8월 아파트를 내놓아야 했고, 매수시의 가격 그대로 2억3000만원에 아파트를 팔게 됐다.
당연히 기준시가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A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올해 6월 성동구가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된다는 것.
특히 A씨는 1주택 소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3년 이상 보유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2년 미만 보유자에 해당돼 보통 양도세율보다 더 높은 4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결국 A씨는 양도차익 한푼 없이 살 때 가격 그대로 아파트를 팔았음에도 매매계약을 낮춘 5000만원만큼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돼 이에 대한 양도세를 물게 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취득 당시 세금은 5.8%였던데 비해 양도세는 40%나 적용받게 돼 아낀 세금보다 낸 세금이 훨씬 많았다.(2005년 현재 개인간 거래시 취득세·등록세는 각각 2%·1.5%로 인하)
이처럼 매수 당시 취득·등록세를 아끼려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가 매도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조건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거래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매도자는 양도차익이 줄게 돼 양도세를 적게 낼 수 있고, 매수자도 본인의 신고가격에 따라 납부하게 돼 있는 취득·등록세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다운계약서'의 유혹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가 해당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거나, 1가구 3주택 또는 고가주택에 해당되는 등의 경우, 주택가격을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양도세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된다.
특히 정부가 8. 31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고, 2007년부터는 모든 주택을 실거래가 과세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이같은 '다운계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에는 정부가 이같은 관행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직전 소유주가 신고한 양도가를 현재 소유주의 취득가로 간주하는 '취득가 간주제도'를 모든 부동산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 당장 적은 돈을 아끼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란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