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11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세제개혁의 과제: 목적세와 지방세 개편' 세미나에 리차드 버드(전 IMF 재정국장)교수와 함께 주제 발표자로 참석, "목적세는 합리적으로 사용되면 정부 재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나 현실에서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실제로는 조세저항을 피하고 세수를 증대하려는 의도로 고안된 목적세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국제 경험을 보면 대체로 목적세는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경우를 심층분석했는데 목적세에 관한 일반적인 평가나 정책 제안 중에는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명목상의 목적세가 아니라 실질적인 조세-지출 연계의 기준으로 볼 때 목적세는 우리나라 전체 세수의 17%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목적세가 세수 확보에 중요한 수단이라 목적세의 비효율을 근거로 단기에 정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목적세 폐지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어 "최근 세수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저출산 목적세 등 목적세를 신설하겠다는 제안들은 매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으로 경제적 합리성과 정치적 정당성을 모두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앞으론 부가세와 목적세 세입구조나 농특세와 같은 용도가 넓고 애매한 지출구조는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통세와 같이 원래의 목적세의도에 부합할 수 있는 세목은 좀더 경제적 합리성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한국경제연구원 김상겸 위원은 "최근 세수부족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으로 매우 적절한 연구라 생각된다"며 "우리나라 목적세 비중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은 "앞으로 목적세를 정비하는 경우 지방이전재원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어 중앙 및 지방정부간의 재원재조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므로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방재정분권화수준의 발표자로 나선 현진권 교수는 "지방분권의 개념은 정치적분권, 행정적분권, 재정분권으로 구성되나 우리나라의 지방분권 논의는 정치적 분권에 중심을 두고 무조건 지방에 권한과 재원을 이전해야한다는 논리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재정분권화는 세입분권과 세출분권을 모두 고려해야하는데, 인식상의 오류만을 주는 재정자립도와 같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세입분권만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재정분권화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며, 보다 엄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제비교를 해보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 교수는 "향후 바람직한 재정분권의 논의의 방향은 무조건적인 세원이전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재정분권에 따른 비용과 편익이 함께 고려되는 적정재정분권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전체의 재정효율성의 관점에서 재정분권화를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미나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대가족 시스템을 예로 들며 "6명의 자녀에게 100억이란 재산을 전해준다고 할 때 4째 자녀가 재정자립도가 떨어진다고 재산을 나눠주지 않을 것이냐"며 "지방재정분권 문제를 다룸에 있어 방향설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곽태원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리차드 M. 버드 토론토 대학 교수, 전주성 이화여자대학 교수, 현진권 아주대학 교수, 노성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박재완 한나라당의원, 윤영선 재정경제부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 조경엽 국회예산처 팀장, 김정훈 한국조세연구원 재정연구실장, 김상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제1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리차드 교수는 발표내내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으나 제2주제 발표 도중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를 비워 많은 참석자들이 아쉬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