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재난기본소득 쟁점 보고서
스위스 '月 300만원 기본소득' 국민투표 부결
반대 이유로 '지금보다 세금 2~3배 부담해야'
"감염병은 장기적 영향…소득보장 제도 마련 신중"
◆…공공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난기본소득'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금 지급' 정책이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일부 국가에선 과도한 증세 우려로 제도 도입을 꺼리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자산·소득·일 활동과 관련 없이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시급한 경제적 구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런 소득 개념에서 재난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재난기본소득의 논의와 주요 쟁점' 보고서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재난기본소득의 재원확보방안이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기본소득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에, 이런 현금 지급이 지속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논의에 불을 붙인 건 각 도지사들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일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고, 경기도 도의회에선 조례 제정에 착수했다. 이틀 후인 8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코로나19 대응 목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하자고 정부·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 전주시는 취약계층에 1인당 52만7000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을 주려면 증세가 불가피하기에 제도 도입에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통합 최고위원 중 한명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경남도지사의 제안에 대해 '부자 증세시 1대 99의 구도라면 99명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 1명이 99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보고서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의 경우 향후에도 유사 질병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뒷받침 되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스위스는 전(全) 국민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시행했으나, 76.7%가 반대하면서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매달 모든 성인(18세 이상)에게 약 300만원(2500스위스프랑)을 나눠주는 게 골자였다. 당시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한 이유로 '세금을 지금보다 최소 두세 배 더 내야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거나 지급을 확정한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대상, 지급방법이 서로 달라 제도 도입에 혼선을 준다. 보고서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 하더라도 전 국민에 대한 지급방법,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계층이나 특정집단에 지급되는 형태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부분적 기본소득제도(7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0만원 지급)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또 하나의 복지제도만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재난은 장기적으로 전 국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인한 실제 경기회복효과에 대한 면밀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